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Feb 23. 2019

모순의 모순의 모순

영화 <퍼스트 리폼드>

출처 : 영화 <퍼스트 리폼드>

2019년 4월 정식 개봉 예정인 스릴러물 <퍼스트 리폼드>를 아카데미 프리미어전으로 만나보고 왔습니다. <내 사랑>의 에단 호크와 <맘마미아 2>의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주연을 맡았고, <택시 드라이버>의 각본가인 폴 슈레이더가 감독을 맡았네요. 아카데미 프리미어의 영화들 중 '별로다'라고 할 만한 영화는 없었기에 사실상 거의 확실히 수작이라고 생각했던 작품이었습니다. 기대 이하의 였지만요.


<퍼스트 리폼드>는 어느 신앙 깊은 목사가 자신의 병을 깨닫고 일기를 쓰며 겪게 되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종교적이지만 음침한 분위기로 시작합니다. 카메라는 한 곳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인물의 내면을 곧게 파고드는 대사들이 이어지죠. 하지만 중반부터 이 밸런스가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영화는 사건이 일어날 이유를 찾기보다는 그 계기와 핑계를 찾고 있습니다. 한 번의 깨달음을 주는 효용 가치를 지닌 '마이클'이라는 캐릭터는 메리와의 연결고리로 과소비되고, 영화가 찾은 그나마의 핑계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중반이 지나자 영화의 분위기도, 목적지도 이래저래 모호해지기 시작합니다. 분명 처음에는 종교적이고 정적이던 분위기가(사실 여기서부터 스릴러적 분위기 형성에 실패했습니다.) 중반이 지나가자 갑자기 로맨스로 변주되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장르가 무엇인지 헷갈려지기 시작하죠. 장르가 불분명해지니 목적지와 그 목적지로 향하는 과정도 어수선해집니다. '부패한 교회' '환경 문제와 신앙' 등 여러 모순과 이면성을 다루었던 초중반의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며 영화의 장르를 지탱할 힘이 사라지죠. 분명 스릴러물에 종교물인데 그 특성과 의미, 의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퍼스트 리폼드>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신앙과 현실입니다. 통계와 자료가 있는 현실을 믿느냐, 아니면 그동안 숭배하고 순종했던 신앙을 좇느냐의 문제이죠. 그 과정에서는 때때로 모순들도 목격됩니다. 분명 흥미로운 소재와 이야기이지만, 연출력이 그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담담하고 담백하게 이끌어 나갔어야 할 이야기를 강렬한 이미지로 덮으려 하죠. 이미지를 통해서 영화의 예술성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는 몇 번 보입니다. 하지만 이상한 동작(?)을 한 채로 세계를 넘어 우주를 유영(?)하는 장면은 말 그대로 문화 충격을 받기도 했고, 어이도 없었습니다.


로튼토마토 93%에 아카데미 각본상 노미네이트. 말만 들어도 엄청난 작품인 듯 하지만 그리 감명깊거나 종교에 대해, 환경에 대해 다른 생각을 심어주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필름 자체가 조금 요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이래저래 인상적인 이미지들은 남지만, 정작 주제에 대한 성찰이나 탐구는 부족한 모습입니다. 보통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줄 줄 알았건만.. 실망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은 죽었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