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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Mar 16. 2019

페르마의 쏘우

영화 <이스케이프 룸>

출처 : 영화 <이스케이프 룸>

<큐브>, <쏘우>, 그리고 <페르마의 밀실>까지. 단서를 찾아 방을 탈출한다는 소재를 가진 영화들은 나날이 정교하고 치밀한 모습으로 꾸준히 변모해왔습니다. 그리고 CG와 카메라 등 기술이 훨씬 좋아진 지금, 또다른 방탈출 영화 <이스케이프 룸>이 나왔죠. 이번 <이스케이프 룸>은 <인시디어스4 : 라스트 키>의 에덤 로비텔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들 중 <베일리 어게인>의 로건 밀러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이 영화가 데뷔작입니다.


영화가 중점을 둔 곳은 반전과 스릴감입니다. 영화가 희생을 거듭하고 방에서 방으로 넘어갈수록 박진감이 점점 넘쳐흐르는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죠. 영화가 원했던 대로 영화에는 스릴러의 전형과도 같은 박진감이 있습니다. 빠른 전개와 도무지 느려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템포가 전반적 분위기를 완벽히 리드하며 '방탈출'이라는 주제에서 뽑아낼 수 있는 공포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게 되죠. 영리한 연출도 한몫을 했습니다.


​하지만 방에서 방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박진감만으로 세세한 실수를 눈감아주기는 힘듭니다. 사람들이 큐브를 어떻게 풀었는지, 트라우마의 선별 기준은 무엇인지, 결국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어느 하나 알려주지를 않죠. 방탈출의 단서와 반전에도 연결고리가 없고, 그 단서들도 (우리도 쉽게 알 정도로)지나치게 쉽거나 난이도의 균형추 격의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들일 뿐입니다. 평범한 문제로 관객을 끌어들이거나, 어려운 문제로 관객을 집중하게 하거나 둘 중 하나만 했어야 했습니다. 두 마리 토끼 잡으려다가 모두 놓친 격이죠.


치밀함과 정교함이 부족합니다. 그 어려운 큐브까지 풀어낸 사람들이 이런 간단한 트릭을 이제서야 알아냈다는 것조차도 믿기 힘들죠. 캐릭터들은 개인과 단체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방탈출이라는 영리한 소재는 육체적 위협과 명석한 트릭 사이에서 왔다갔다합니다. 물론 핑계 삼을 반전이 존재했지만 이미 수많은 장면에서 예고했던 것이라 푸는 재미조차 사라지게 되죠. 쓸데없이 엉성하고 안이하기 짝이 없습니다.


캐릭터들을 그 자체로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방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합니다. 방에서 하나하나 죽어가 결국 누가 살고.. 죽고.. 하는 이야기는 질린 지 오래죠. 포이즌 룸, 일루젼 룸, 업사이드 룸 등 볼거리란 볼거리는 다 끌어모은 졸작입니다. 제작비가 (저예산 영화 치고는)꽤 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 돈을 전부 세트에 쏟아부은 모양입니다. 차라리 수학자를 고용해서 더 나은 트릭을 만들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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