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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2. 2018

고향은 편한 곳일 줄 알았는데

영화 <변산>

<변산>
Sunset in My Hometown, 2017

출처 : 영화 <변산>

이준익 감독은 '청춘'을 참 유별나게 표현해옵니다. 전작 <동주>에서도, <박열>에서도 이준익 감독의 특별한 표현 방식과 시대와 시간의 명암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였는데요. 이번 영화 <변산>에서는 노래와 시, 즉 서정적인 부분에 많은 의미를 둔, 청춘을 그려 냈습니다. 학수가 고향에 내려오는 부분부터 쇼미더 머니에 참가하는 부분까지 청춘의 시련, 고난, 그리고 행복을 가사에 담은 노래들이 많이 나오며 영화에서 우정과 사랑을 이어주는 매체 역할을 합니다. <동주>가 담담함을, <박열>이 강렬함을 나타낸 영화였다면 <변산>은 둘을 섞어버린 느낌입니다. 왠지 뻔할 것 같지만, 끌리는 소재입니다.

출처 : 영화 <변산>


<변산>의 소재가 특별하다고 해서 <변산>의 이야기 자체가 특별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조. 냉정하게 말하면 이 이야기는 진부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정함과 친근함이라는 명목 아래 주인공들의 오그라드는 한 마디 한 마디와 클리셰들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모순되게도  '친근함'과 '익숙함' 때문이겠죠. 소재는 영화의 진부한 소재를 역이용합니다. 진부함을 소재에 덧붙여 친근함으로 승화시킵니다. 그 덕분에 엉뚱해질 수 있던 영화도 갈피를 잡고, 영화의 분위기를 확 바꾸기에 이릅니다. 영화의 톤은 한 번 확 꺾였다가 다시 되돌아오지만, 어째서인지 어색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영화의 완성도는 흠 잡을 곳이 많지만 왠지 모르게 미워할 수 없는 경우'가 이런 경우라는 것이지요.


분위기를 확 바꾼 영화는 영화에 풍자요소와 코믹요소를 마구 집어넣기 시작합니다. 무능과 무지가 드러나고, 때때로는 오그라들 정도로 유치한 코미디도 있습니다. 고향을 콘셉트로 잡은 만큼 그 정도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보면 고향이라는 소재 자체가 그를 이용하기 때문이었겠지요.

출처 : 영화 <변산>


사실 청춘과 고향, 사랑과 삼각관계 하면 결말은 뻔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이 영화를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가까운 이야기이기 때문이에요. 요즘의 SF 영화나 판타지 영화들은 우리의 이야기와 닮아있지 않아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데, 이 영화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어 우리를 공감되게 만들고 진정으로 영화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고향'이란 단어가 우리에게는 뭉클에게 다가오듯이.

분명 이 영화는 '훌륭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친숙하고 기억에 남는 영화이죠.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묵직한 울림을,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청춘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주는 것이 이 영화입니다. 사람이라면 삶이 있고 공감능력이 있고 눈물이 있는 법이잖아요. 사람이라면 공감하고 같이 눈물 흘려줄 따뜻한 우리의 청춘, 지나간 청춘의 흑역사인데, 어째서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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