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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생각보다 시시한 천년의 비밀

영화 <신과 함께 : 인과연>

<신과 함께 : 인과연>
Along with the Gods : The Last 49 Days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인과연>

사실 원작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그렇고 <신과 함께>의 저승 삼차사의 전생 이야기의 양은 방대해요. 무려 3편으로 나누어진 이야기이죠. 역시, 이 모든 이야기를 한 곳에 압축해 담으려 하니 너무 허술한 점이 보이네요. 우선, 이야기만 늘어놓습니다. 이야기가 (그나마) 물 흐르듯 흐르던 전편과는 달리 이야기만, 그것만을 읊어요. 끝끝내 지루함을 느끼도록. 차사들의 전생 이야기는 심플하게 말하고 김수홍의 재판에 집중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이야기의 일관성이 없고, 그저 이승과 저승, 두 가지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빠르고 쾌활한 전개의 이야기를 늘어지도록 말하니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는 확실히 보이는 영화이지만, 또한 그 메세지를 판타지 영화 속에 완벽하게 부각시키려 하다 보니 판타지의 개연성과 개성을 어디 가고 남은 것은 한국형 신파뿐이죠. 이야기를 또 다른 이야기 속에 희석하여 말해야 하는데, 아무런 것 없이 신화마냥 받혀 늘어놓기만 하니 받아들일 방법을 모르겠네요.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인과연>

전편은 (신파였지만) 이야기가 들을 만 했어요. 요소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는데다 신파까지. 나무라려면 나무랄 구석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그 반대도 존재했거든요. 하지만 이 영화는 악평만이 존재하네요. 우선,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지지 않아 혼잡합니다. 이야기가 진행되야 할 구도는 웃음 코드나 신파 코드로 가로막혀 출구가 보이지 않고, 그 코드들마저 웃기지도 않고 울리지도 않습니다. 이럴 수가요. 가장 큰 전제였던 이야기가 망하고, 이어 잔재미와 가장 큰 매력이었던 신파마저 무너지다니. 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어요. 명대사 명대사에 꾸역꾸역 태도와 전제만 이해할 뿐. '사람'과 '사람', 그리고 '신'과 '인간', '신'과 '신'. 이 세 가지의 만남과 (이 영화의 부제처럼) 인과 연은 여기저기, 그것도 어처구니 없는 타이밍에 늘어놓고, 그나마 비중 있던 저승의 이야기도 이승의 삼차사 전생 이야기에 가로막혀 제 빛을 내지 못합니다. 원래 별개였던 이야기를 한 가지로 엮은 탓에 예상에도 없던 반전이 생겼지만, 우리에게는 어디까지나 예측 가능한 전개와 결말이었습니다.


성주신이라는 신 캐릭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것이죠.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대를 가진 다른 캐릭터들과는 달리 자신의 역할이라고는 그들의 역사를 늘어놓는 것밖에 없습니다. 교과서적인 지루한 캐릭터입니다. 영화에 동력을 만들기는 커녕 플롯을 완성하기에 급급해서 원작의 매력은 조금도 살리지 못했죠.


출처 : 영화 <신과 함께 : 인과연>

전편이 신파적 매력이 있었다면, 본편은 최악의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매력은 부각하지 못할망정 죽이고 단점은 죽이지는 못할망정 더욱 부각시켰다는 것이죠. 어디까지나 이 영화는 판타지입니다. 저승의 이야기인 만큼 공감이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이것은 공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승 이야기에서도 공감따윈 없었으니까요) 전개와 이야기의 문제이죠. <신과 함께> 원작의 이야기처럼 별개의 이야기를 굳이 엮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였을까요. 전편을 진기한 변호사와 김자홍에게 맡기고 본편에서 원귀 잡기와 원귀의 재판을 집중적으로 다뤘다면 어땠을까요. 이야기의 각색이 차악, 아니 최악의 경우로 돌아오는 경우는 영화계에서 매우 드문 일인데, 이 영화는 그 사례가 될 듯해요. 아무리 마지막 반전이 뭉클하고 충격적이어도 전편만큼 못하고, 또한 유일한 매력을 저버렸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활력을 잃었습니다. 3편과 4편이 나온다고는 하는데... 부디 이 좋은 스토리가 표팔이용으로 쓰이질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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