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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어느 '가족'의 이야기

영화 <어느 가족>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      

출처 : 영화 <어느 가족>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 가족이에요. 이 가족은 비혈연 관계의 가족, 즉 서로 남이었지만 동거를 하게 된 가족이죠. 대부분은 잘못된 사랑, 혹은 애정으로 인해 버려지거나 도망친 아이나 사람들이죠. 하지만 동거를 하다 보니 서로 사랑이 싹텄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가족'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이면적 스산함이 존재해요. 우리가 부르는 '가족'이 아닌 남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라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도둑질을 시키는 아빠가 나쁘다는 진리 대신 서로를 사랑한다는 감성적 끌림에 다다르게 되죠. 이성이 아닌 사랑. 사랑은 혈육 관계가 아니어도 가능해요. 그래서 그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부르고 아들이라 부르는 것이겠죠. 이 영화에서는 '가족의 진정한 의미란 무엇인가'를 꼬집어요. 진정 서로 피로 이어져야만 가족인가. 때론 매정해도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한다면 그것은 가족으로서의 공동체인 것인가. 저는 후자 같습니다.


출처 : 영화 <어느 가족>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 아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이야기 자체가 조금 이해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화려하고 유쾌한 에피소드 사이에서도 배어 있는 씁쓸함이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씁쓸함이 대놓고 나오는 것이 아니에요. 이야기 전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와 성격에서 오는 개인적 쓸쓸함이죠. 사람의 이야기 말이에요. 보통의 한국 영화에서 나오는 신파는, 눈물을 요구해요. 가족이나 슬픔을 앞에 세워놓고 당당히 눈물 흘리게 하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는 눈물이 잘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슴이 먹먹하더군요. 이 가족의 아름답고도 쓸쓸한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보면서 참 슬펐고 하나하나의 캐릭터에 더 큰 중점을 두게 되더군요. 화려하고 격정적인 신파가 아닌, 담담하지만 그 무엇보다 슬프고 쓸쓸하며 씁쓸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출처 : 영화 <어느 가족>

이 가족은 전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평범했던 적도 없었죠. 가족들에 의해 선택되지 못한 자들의 공동체 마냥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새 그들 사이에는 '정'이란 것과 '유대'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어요. 사람과 사람, 그 사랑의 가운데서 생겨야 할 정과 유대가. 그들은 이미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 가족이었던 것입니다. 글쎄요, 제가 잘 풀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것 하나는 분명합니다. 이 가족은 서로에게 냉정합니다. 평상시에는 가족처럼 행동하다가 일이 잘못되면 누구 하나 버리고 도망가는 가족입니다. 아니, 어쩌면 작은 싸움이라도 일어난다면 바로 흩어질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래도 그들은 가족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서로를 사랑스러워하고, 서로를 알아가니까.

이 가족은 그저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저 그렇게 '그들은, 그 가족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아니에요. 아니, 그런 결말은 애초에 불가능할 지도 모르죠. 적어도 이 가족에게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으니 그들은 가족입니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아빠와 아들, 아내와 여보... 이 영화는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닌, 그들에게 새 길을 선물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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