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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말로 사람을 뒤흔드는 법

영화 <공작>

<공작>
The Spy Gone North, 2018

출처 : 영화 <공작>

많은 영화 매체들과 평론가들이 밝혔듯 이 영화에는 액션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혀, 1도 없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내놓았던 남북의 현실과 협력에 대한 영화들(<은밀하게 위대하게>, <강철비>, <공조>)은 모두 액션은 기본 8할은 달고 나오던 영화들인데 가장 큰 역할을 하던 액션이 빠졌다니 이야기의 서스펜스와 긴장감 조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그런 영화들과 설명하는 방식이 아예 달랐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액션이 있던 상태에서 빠져 빈자리가 생긴 것이 아닌, 영화의 틀이 속히 말하는 '구강 액션'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액션의 빈자리를 채우려 애썼던, 그마저도 성에 차지 않았던 그동안의 마구잡이 액션과는 달리 이야기의 깊이가 다르고 말로 설명하는 뉘앙스조차 우아합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줄 꿈에도 몰랐는데 말이죠.

출처 : 영화 <공작>

거의 모든 북과 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액션이 파다했습니다. 설정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스토리가 순탄하게 가다가도 연결고리가 부족하면 무조건 그 영화 속의 빌런, 혹은 그 빌런의 멤버들을 집어넣어 탕탕, 퍽퍽하면서 무조건 액션으로 영화의 관람 시간을 때웠습니다. (사실 어느새 북과 남, 그 핵무기를 다룬 이야기들을 보는 재미는 이야기의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아닌 어정쩡한 액션을 보는 재미가 되어버렸죠. <공작>은 이야기하는 방식과 뉘앙스가 완전히 뒤바뀐 영화에요.) 하지만 이 영화는 이야기가 중요하고, 이야기에 모든 힘이 실린 영화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북핵과 관련된 남한의 긴장감을 모두 말로, 이야기로 설명합니다. 몸이 아닌 입으로 말이죠. 또한 여느 웰메이드 영화들이 그렇듯, 말 한 마디마다 묵직함과 그에 합당하는 의미가 느껴집니다. 무작정 달려드는 액션이 아닌 이야기로 상대를 파악하고 설득하며 결국 원하는 바를 쟁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긴장감을 어떻게 말로서 조성하고 파악하는지 그 교과서가 된 작품이네요. 참으로 대담한 시도였던 것 같아요.


출처 : 영화 <공작>

누구에게나 과거가 있고 흔히 흑역사라 불리는 것이 있듯이, 권력과 돈의 출처에도 결국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고, 이 영화는 그것을 남한과 북한에 빗대어 정말 철저하게도 밝혀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어디까지나 픽션이고 각본가에 의하여 각색된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기관, 이야기가 모두 실제 상황과 기관들이고 실제 사람들에 빗대어 설명했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고 더 깊이 있게 들리는 듯 해요. 물론 중간에 약간의 브로맨스(?)와 마지막 장면(현재와 과거 북한의 체제를 봐 왔을 때 사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요? ㅎㅎ;;;;;)에는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나름대로 깊이 있고 현실적이게 판단하여 연출한 것 같네요. 정말 오래간만에 한국 영화들 중에서 '아! 이건 웰메이드다!' 하는 작품이 나왔네요. 저로서도 기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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