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위로 Dec 13. 2018

금지된 것에 대해서

영화 <톰 오브 핀란드>

<톰 오브 핀란드>
Tom of Finland, 2017

출처 : 영화 <톰 오브 핀란드>

이 이야기의 주체는 게이 성향을 가지고 있는 화가입니다. 자신의 성향에 따른 남성적 드로잉을 선보이는 드로잉어에요. 물론 이 그림은 (현재의 보다 개방적이고 예술적인 사회의 시선에 따르자면) 매우 걸작입니다. 하지만 그 때의 핀란드는, 보수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던 때이기 때문에 이 드로잉은 빛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커녕 정부와 사람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죠. 미국은 그 정반대이고요. 감독의 연출은 이 두 가지의 사실을 말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표현의 제한과 차별이 존재했던 핀란드는 어둡고 칙칙한 색채를, 보다 자유로웠던 미국은 밝고 보다 명랑한 색채를 주어 두 나라의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냈습니다. 이야기의 전개 상황으로 봤을 때에도 이야기가 어수룩하게 겉도는 것이 아닌 인간의 내면과 차별, 그리고 그 세대의 게이를 보는 시선,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잘 되어 있었어요.


출처 : 영화 <톰 오브 핀란드>

앞에서 말했듯이 핀란드는 그의 그림을 받아줄 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독일에서도 그는 인간다운, 화가다운 취급을 받지 못했죠. 이 때 그의 연인이 말한 미국에 진출하게 되는데, 이곳이 그의 화가적, 예술적 해방구가 됩니다. 여기서 감독은 게이는 절대 옳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인간의 욕망, 성정체성은 누구에게서나 바뀔 수 있고, 그 선택은 자유로운 것입니다. 누군가가 감히 판단하고 심판하여 차별할 문제가 아닌, 개인의 사안인 것이죠. 이 영화의 톰 오브 핀란드는, 아무리 자신의 능력을 정체성에 빗대어 차별하는 곳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그림을 알아줄 곳이 나올 것이라는 걸 알고 해방구를 결국 찾아냅니다. 그 사람의 욕망과 간절함이 만들어낸 것이죠. 토우코 라크소넨의 이야기와 전기를 영화로 참 잘 만든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감정과 배경의 변화가 정말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네요.


출처 : 영화 <톰 오브 핀란드>

이 영화의 배경과 사람은 둘 다 매우 독특하고도 신박한 소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가 알아주는 아티스트이지만, 한때는 조국의 차별에 의해서 외면받았던 사람.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깨달은 것이 많은 것 같아요. '성소수자'는 개인의 판단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차별하거나 성향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평생을 전쟁과 싸우고, 평생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서 싸웠던 라크소넨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도 자신의 뜻을 혐오스럽게 여기는 사람들과 그림, 예술로서 싸우다니. 참 용기있고 대범한 분 같아요. 그저 햇빛 아래서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다가 가는 것이 그들의 소원이었고, 그들의 소원은 지금 실현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 그들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니, 아직 그들의 소원은 시작 단계밖에 되지 않았을 수도 있죠.



매거진의 이전글 말로 사람을 뒤흔드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