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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3. 2018

행복해서 슬펐습니다

영화 <영주>

<영주>
Youngju, 2017

출처 : 영화 <영주>

김향기 배우가 출연한 독립영화, <영주>입니다. 여러 의미에서 <죄 많은 소녀>와 비슷한 영화 같네요. / 영화의 처음 분위기는 암울합니다. 유일한 어른 혈육이었던 고모를 보내고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죠. 그 중 동생은 사고를 치게 되고, 영주는 300만원을 마련하려다 사기로 90만원도 날리고 맙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주는 자신의 부모를 죽게 만든 사람들을 찾아가게 되죠. 이 시기는 영주에게 가장 크고도 복잡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이면서, 영주가 그들에게 복잡한 감정과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과정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사실 <영주>라는 영화 자체가 그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없이 암울하거나 한없이 밝았던 순간에서, 누군가로 인해 터닝포인트를 겪게 되는 상황을 물 흐르듯 늘어놓습니다. 사실 저예산과 독립영화라는 꼬리표를 제거하고 봐도, 이 점은 굉장히 놀라운 성취라고 생각합니다. <죄 많은 소녀>에서 감탄했듯이 이야기와 연기에 힘이 있고, 그 힘이 동력이 되어 이야기를 이끕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죄 많은 소녀>는 암울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영주>는 장면마다 분위기와 감정의 폭이 크다는 것이겠지요.


출처 : 영화 <영주>

영화의 주인공인 영주는, 언제나 복잡하고 심란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정이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여러 개의 감정들이 떠오르다가 합쳐져 뒤죽박죽됩니다. 또한 그 감정을 표정으로 나타내는 김향기 배우님의 연기력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 서사와 디테일한 이야기들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사랑하지만 한때 복수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 사랑했지만 이젠 멀어져버린 사람. 그들의 관계도 물론 감정만큼 복잡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되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되었는데, 배우의 연기력이 밑거름이 되주면서 영화의 메시지도 한결 이해하기 쉬워졌습니다. 이야기는 천천히 흘러가지만 답답하지 않고, 감정선은 얼키고 설키지만 괴리감은 없습니다. 이게 독립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인가 봅니다. / 영화는 때때로 차갑지만 전 <영주>라는 영화는 차가운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죄를 지은 사람들을 찾아가 사랑받는 것. 진실을 말한 뒤에도 사랑받는 것. 영주에게는 축복이고, 우리에게는 다행입니다. 마침내 영주의 복잡한 감정과 먹구름이 걷어지고, 새로운 햇빛이 스며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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