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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Dec 14. 2018

슬픔, 분노, 깨우침

영화 <국가부도의 날>

<국가부도의 날>
Default, 2018

출처 : 영화 <국가부도의 날>

쟁쟁한 배우들의 라인업으로 초반부터 많은 기대를 했던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 <국가부도의 날>의 첫인상은 차가운 영화, 혹은 계획적인 영화였습니다. 포스터와 주제, 캐릭터들의 간략한 소개만으로도 <국가부도의 날>이 수작임은 거의 확신한 바, '애매한 영화였다'는 평들을 뒤로 한 채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보고 나니 저도 애매모호...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상한 차가움과 계획적임 중 차가움은 맞았고, 계획적일 거라는 예상은 크게 빗나갔습니다. / 우선 장점부터 이 영화는 그 어떠한 캐릭터들에 대한 배경지식도, 이야기도 넣지 않은 채 오롯이 지금의 '상황'에 집중합니다. 협상과 금융, 정치 등을 주제로 삼았던 그동안의 영화들이 감정에 많이 치우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는 걸 감안하면 영화가 언론과 금융영화 특유의 냉소적인 분위기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감이 옵니다.


출처 : 영화 <국가부도의 날>

<국가부도의 날>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대부분은 캐릭터들에게서 나옵니다. 제일 아쉬웠던 캐릭터는 윤정학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윤정학이라는 '기회를 노리는 금융맨'은 참으로 비현실적이고 없어도 됐을(있어서 오히려 방해가 된) 캐릭터입니다. 나라의 부도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하다가 갑자기 부도로 인해 돈을 벌어 좋아하는 투자자에게 좋아하지 말라 당부하지를 않나,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접근했어야 할 이야기를 간소화하고, 미래를 미리 보고 온 듯이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전부 알아맞춥니다. 선과 악이 뚜렷한 대립 상황에서 유일하게 애매모호하면서도 킹메이커나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캐릭터는 자신의 신화를 읊느라 급급합니다. 한시현과 갑수, IMF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지만, 윤정학의 이야기는 만들어진 이야기에 갖다 붙인 듯 이상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안 어울립니다. / 영화는 중반에서야 일부 캐릭터의 이야기와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데, 더 자세했어야 할 비리와 부패는 간결하게 마무리짓고, 더 간결했어야 할 판단과 협상, 결과는 장황하게 늘어놓습니다. 톤을 칭찬하자니 급변하는 분위기가 아쉽고, 이야기를 칭찬하자니 캐릭터들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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