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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Feb 07. 2019

비 온 뒤 땅 굳듯이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출처 :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나가이 아키라 감독과 <언덕길의 아폴론>의 고마츠 나나가 돌아온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입니다. 원래 저는(전 글에서도 밝혔듯) 만화 원작의 영화들을 잘 믿지 않는데, 상영관도 적고 일본 영화서 흔치 않은(?) 전체 관람가이기에 흥미가 생겼네요.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 영화를 보러 들어갔는데 왜 배우들의 매력이 다 한 것 같지?'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점장을 좋아하게 된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뼈대일 뿐이고, 그 이외에도 에피소드가 넓게 펼쳐져 있죠. 많은 에피소드들을 볼 수 있는 재미는 있지만, 그 때문에 영화가 조금 산만해 보입니다. 또한 여러 에피소드 때문에 인물의 감정 변화가 빠르고 부정확합니다. 차분하던 타치바나가 데이트에서는 웃음짓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울적해집니다. 영화의 주체였던 주인공의 감정이 급변하며 다른 톱니바퀴들도 엇갈리기 시작하죠. 에피소드가 많음에도 주인공과 점장에게 지나치게 많은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주인공에 집중하려면 에피소드를 줄였어야 했고, 에피소드들에 집중하려면 이야기의 무게를 분산시켜야 했습니다.


반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는 일본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신선한 면모가 곳곳에 숨어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40대의 (이혼한)점장과 10대 아르바이트생의 짝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자칫하면 무거워질 수도 있던 이야기의 균형을 잘 잡습니다. 이 영화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죠. 또한 영화의 많은 은유도 눈에 띕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날씨에 인물의 감정을 담습니다. 영화는 날씨, 샌드위치, 심지어 행동들에도 하나하나 의미를 심어 그때의 감정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합니다. 그려 어렵지도 그리 엉뚱하지도 않아 좋습니다.


부드러워서 좋습니다. 기존 로맨스를 다룬 일본 영화들 중 나은 축에 속합니다. 일본영화 특유의 클리셰나 과한 장면이 없어요. 중간중간의 조금 오글거리는(..) 장면들은 조금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았습니다. 무조건 가르치려 들지 않고, 무조건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주려 애 쓰지도 않습니다. 배우 덕에 영화의 매력도 더 살았군요. 딱 '가볍게 보면 좋을 영화'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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