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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Feb 14. 2019

이래 봬도 평범하답니다

영화 <기묘한 가족>

출처 : 영화 <기묘한 가족>

<인류멸망보고서>, <이웃집 좀비> 등 졸작(..)으로 근근이 연명하던 한국 영화계에서의 '좀비'. 그리고 마침내 2016년 <부산행>이 빛을 보았고, 그 후 <창궐>과 <킹덤> 등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선을 보였습니다. 영화에서 좀비의 비유 대상은 이기적인 사람, 잔인한 인간들, 부패한 권력자 등 꾸준히 그 형태를 바꾸어 왔죠. 그리고, 드디어 그 계보가 <기묘한 가족>에서 케첩 뿌린 양배추 먹는 좀비(!)에까지 다다랐습니다!


영화 <기묘한 가족>은 한 가족에게 좀비가 나타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게 바라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포스터부터 B급 감성과 병맛의 기운이 철철 흘렀기에, 딱 그만큼만 원했습니다. 그리고 <기묘한 가족>은 그만큼 충분히 해 주었습니다. 농촌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머코드란 유머코드는 전부 나왔고, 실실 웃게 되는 장면들도 꽤 있습니다. 때때로는 의미 없고 어색한 장면에서도 실소가 피식- 하고 나오게 되죠. 폭소를 터뜨릴 정도는 아니지만 B급 영화의 최선입니다. 또한 <기묘한 가족> 유머의 최고점(!)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제목처럼 기묘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B급과 병맛으로 무장했다고 했어도, 이야기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끊어지려고 하면 의미없는 장면과 실소로 애써 무마하려 듭니다. 이야기의 허술함은 이미 예견되어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플롯의 빈 자리는 커져만 가죠. 특유의 실소로 그 모든 에피소드를 엮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허허실실 작전에 당한 후의 허탈함은 덤입니다.


한마디로 임팩트가 없는 것이죠. 영화의 특성과 완성도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묘한 가족>은 그 점을 간과하여, 어정쩡한 모습으로 남습니다. 끝까지 이게 어떤 장르인지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죠. 한때는 로맨스였다가 한때는 액션, 코미디까지 파고듭니다. 이리 저리 섞이다가 결국 영화는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어떤 형태로도 남지 못합니다. 'B급 영화는 웃다가 오는 것'이라는 정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단순한 재미로 영화의 겉부분만 간신히 치장합니다. 물론 그 안은 텅텅 비었구요. 그마저도 푸하하 웃지 못하고 실실 새어 나오는 웃음뿐이죠.(그마저도 대부분 어이가 없어 흘러나옵니다.) 유일하게 장점이라고 할 만한 것은 캐릭터였습니다. 별로 하는 것 없지만 존재만으로 웃음이 나오는 민걸, 막판에만 잠깐 보였던 만덕이 그나마 캐릭터에 조금의 임팩트를 심어 줍니다. 그 이외에는, 굳이 추천할 만한 부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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