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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위로 Feb 16. 2019

배려하며 서열싸움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출처 :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

<레이디 버드>의 시얼샤 로넌과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퀸, 마고 로비가 협심한 작품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입니다. <아이언맨 3>의 불덩이(?) 가이 피어스와 <배드 사마리안>의 데이비드 테넌트도 이름을 올렸구요. 원래는 국내에 개봉하지 않을 예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CGV의 아카데미 프리미어에 이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서, 덕분에 영화관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메리, 퀸 오브 스코틀랜드>의 동력은 이야기입니다. 메리라는 캐릭터에서 얼마나 많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느냐가 영화의 운명을 결정하죠.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역사책을 읽는 수준입니다. 영화의 영상미는 풍경과 인물의 감정을 담아내는데 일등공신이었지만 연출은 밋밋했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법은 담담하고 담백하지만 역시나 심심하다는 감을 지울 수 없었고요. 영화 속 사건들은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연출과 전달 방식은 이를 돋보이게 하기는 커녕 영화를 더욱 딱딱하고 멋없게 만들었습니다. (필요없어 보이는 장면들도 몇 있었습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의 매력은 별개입니다. 시얼샤 로넌과 마고 로비의 연기는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었죠. 원체 메리 스튜어트와 엘리자베스 1세의 캐릭터 자체가 매력과 개성이 넘치지만, 이를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기에 조금 걱정이 되었는데요. 전혀 문제점 없이 자연스럽게 소화했습니다. 당당한 메리 여왕과 자신의 삶을 포기한 엘리자베스의 첫 대면 장면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네요.


지루한 톤과 느린 템포를 가지고도, 배우들의 힘으로 영화가 어찌저찌 굴러갑니다. 허술한 부분들도, 심각하게 큰 감정 변화도 있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가까스로 커버하는 경우이죠. 영화 중 사랑, 혈연, 아이까지 권력에 이용한다는 부분도 흥미롭지만 아쉬웠네요. 또한 메리와 엘리자베스가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장면은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의 몰락이었죠. 지금껏 쌓아온 캐릭터의 이미지로도 어떻게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야기와 연출이 제 값만 했었더라면 영상미와 이야기, 배우의 연기까지 다 잡은 명작이 탄생할 뻔 했는데. 참으로 아쉽네요.


그 밖에도 영화는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 바닥에 놓여진 꽃 장식들과 아기, 여러 사건들마다 들려오는 다른 의미의 북소리 등 여러 복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의미의 차이도 다른 영화들에 비해 쉽게 드러나는 편이고요.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사실 단점들도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잘 커버되어 있는 것들입니다. 온전히(!) 흡입력 있고 소름끼치게 현실적인 연기를 한 배우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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