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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설계 Jan 10. 2021

#068 / 평양 ㅁㅁㅁ 코디 노트



 ㄴ 커리큘럼은 크게 세단계로 구성하여 진행했다. 평양에 기대하는 풍경을 설정하고 그 방향에 맞는 대동강 선착장의 프로그램 및 방향성을 잡았다. 이러한 것들을 정하기 위해 나눈 수많은 말들을 물리적인 실체로 만들기 위해서 비전의 수단으로서 건축적 형태를 만들고자 했다. 

첫 주차에는 평양에 기대하는 새로운 풍경을 설정하기 위해서 팀이 공감하는 상(image)를 갖고자 했다. 이를 구체적으로 진행하고자 10가지 질문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누고 발전시켜 나갔다. 아래는 그 10가지 질문이다. 


평양과 서울의 차이는 뭘까?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그 차이는 어디서 만들어질까?

우리가 그리는 미래상에 한반도에서의 평양은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평양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평양과 우리가 그리는 평양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달라지는 도시의 모습을 공간적 형태에 담아 표현할 수 있을까?

건축(공간)이 바뀌는 것은 사회, 정치적인 지형(상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한강에서 아쉬운 점, 대동강에 기대하는 점?

배(유람선, 수상택시, 오리배 등)를 타러 가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까?

 

 이 과정에서 도시의 구성 및 형태의 차이를 체제 혹은 이념에서 찾고자 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리는 미래상에서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한강을 관찰하고 아쉬운 점, 좋은 점을 대동강 개발 시 적용하고자 했다. 

위의 질문에 생각을 공유하면서 ‘질문하는 도시로서 평양’을 큰 방향성으로 설정하고 문화, 관광, 정치, 역사 등이 밀집한 도시 전체를 사회적 유산으로 간주하고 시대를 반추하는 도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지시하는 도시를 기대하는 풍경으로 설정하였다. 이런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Analogous map 이라는 형식으로 우리의 생각을 전달하고자 했다. Analogous map은 알도로시 1976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발표한 ‘유추 도시’에서 전시 전체 내용을 함축한 드로잉이다. 이러한 형식을 빌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방향을 잃지 않도록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이슈들을 담은 드로잉으로 다른 사람들과 시각적 의사소통을 시도하고자 했다.

Analogous map을 그린 이후 가볼 수 없는 사이트에 대한 유추적 접근을 위해 서울과 한강의 관계를 관찰하고 이를 빗대어 평양과 대동강의 관계를 설정하고자 했다. 또한 배를 타는 것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의미를 강화하는 공간적 기제로서 선착장을 구상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비전의 수단으로서 건축적 형태를 단순히 활용하고자 했다. 즉, 건축적 형태에 큰 의미를 부여하여 감각적, 미학적인 수식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의 물리적 재현으로만 여기고자 했다. 그래서 이 과정의 초기 단계에서는 가능한한 시각적 의사소통을 지양했다. 대신 ‘시나리오’ 차원에서 대동강 선착장의 접근-이용-경험의 과정을 가상의 인물이 경험하는 것을 따라 그려보는 페르소나 연구 기법을 활용해보았다. 그리고 이를 문자(텍스트)로 적고 한 문장에 하나의 공간적 형태로 환언하는 과정으로 디자인을 진행했다. 

ㄴ 커리큘럼에서는 건축적 완성도에서 벗어나 디자인을 해보는 경험해보고자 했다. 건축에서 완성도를 떼고 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퀄리티’라는 측면에 발목이 잡혀 생각의 시간을 줄이고 작업의 시간을 늘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 아쉬움을 짧고 경쟁적이지 않은 워크샵을 통해 보다 많은 생각을 나누고 발전적인 토론의 시간을 갖고자 했다. 



우리는 선착장에 대해 설계하기 앞서 평양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위해 평양에 대한 10가지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가장 직관적인 이분법적 비교로 평양과 서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등의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 던짐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평양과 그 밖에 있던 평양에 대해 지각 할 수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과 북한의 가장 큰 차이점인 사상적 차이가 어떠한 원인으로 발생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각 나라의 기반이 되는 헌법을 비교 및 분석하였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면서 ‘양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라고 한 번 쯤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관계를 완전한 통일이 아닌 조금 더 현실적인 협력관계로 예상하였다. 평양에는 북한의 사상이 반영된 건축물들이 많이 지어져 있다. 만약 협력관계가 된다면 평양은 어떻게 변할 것 인가? 이러한 질문과 가정들은 끝없이 이어지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끝없는 연구 끝에 다양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평양을 ‘질문을 던지는 도시’로 설정하였다.

북한은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세워진 나라이지만, 곳곳에서 노점상, 시장과 같은 자본주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온건한 사회주의 체제가 시간이 갈수록 자본주의적 요소에 의해 균열이 가고 있다. Analogues map의 전체 컨셉을 수면으로 잡았다. 수면 위의 빙하, 수면 아래의 빙하에는 서로 반대되는 체제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표현했으며, 사회주의 그 등잔 밑에 숨어있는 자본주의 체제, 시장, 투표권이 떠오르는 것을 표현했다.

사상과 사회는 연결되어 순환되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 우리는 평양의 주요 이미지를 상부에 배치하고 사회주의의 순환이라는 평양의 뫼비우스 띠 하부에 선착장이라는 요소를 두어 자본주의로 연결되는 전환점을 놓았다. 이것은 더 강력한 균열이 되어 더 많은 평양 주민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며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뇌리속에 서서히 자리를 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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