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계획이 반이다.
계획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에 따라서 여행의 퀄리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행 계획을 세우는 행위 자체도 참 재미있다. 계획을 세우면서 여행지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고 여행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 준다. 이런 측면에서 '여행 계획 짜기' 역시 여행의 일부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은 2018년 12월 22일부터 29일까지 7박 8일간 LA로 여행을 다녀왔다. LA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가 바로 다양한 테마파크들이다. 디즈니랜드가 대표 격이고, 그다음으로는 꼽을 만한 곳이 유니버설 스튜디오이다. (놀이기구 마니아라면 Six Flags를 첫 번째로 꼽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3년 전에 첫 LA 가족여행에서 이미 디즈니랜드를 방문했고, 또 크리스마스 이후로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어 이번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만 방문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즌이 시즌이다 보니 너무 많은 방문객으로 제대로 보기 힘들 수 있겠다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래서 여행 기간 중 방문 날짜 선정과 효과적으로 돌아보는 법에 대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계획을 수립했고, 그 결과 엄청난 인파 속에서도 꽤 만족스럽게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연구한 내용 및 그에 바탕하여 직접 경험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정리하여 '사람이 많은 날에도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잘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10가지 팁만 잘 따른다면 어지간한 인파가 몰리는 날에도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 예상인파를 미리 확인하고 방문일자를 결정하라
테마파크를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이 없는 날을 골라서 가는 것이다. LA의 로컬들이 증언하는 바에 따르자면, LA에 있는 테마파크들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10월의 평일이라고 한다. 날씨도 너무 덥지 않아 좋고 방문객도 적을 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여행 기간 중에 하루를 골라서 방문할 수밖에 없으니, 차선은 여행 기간 중에서도 가장 덜 붐비는 날을 선택해야 한다.
그럼 어느 날이 가장 덜 붐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날짜에 LA 인근 테마파크에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인지를 예측해 주는 웹사이트가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뿐만 아니라, 디즈니랜드를 비롯한 LA 인근 수많은 테마파크의 방문인원을 미리 예상해 볼 수 있다.
바로 Is it packed?, 즉, '거기 사람 많나요?'라는 웹사이트이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가면 된다.
우리 가족의 LA 여행 기간 중에는 그나마 12월 24일이 인파가 덜 몰리는 날로 예측이 되었는데, 직접 체감한 바로는 이 웹사이트의 예측이 잘 맞는 것 같다.
2. Ticket은 Universal Studios Hollywood의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입하라
이번 팁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홈페이지 광고처럼 보일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티켓은 많은 곳에서 판매하고 있지만, 홈페이지에서 직접 구입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홈페이지 직접 구입자에 한하여 개장 시간보다 30분 먼저 Harry Potter Wizarding World에 우선 입장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최고 인기 attraction은 Harry Potter and the Forbbiden Journey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12월 24일의 피크타임에는 대기시간이 무려 4시간까지 늘어났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30분 일찍 입장하여 대기시간 없이 가장 먼저 이 어트랙션을 클리어하고 나면 그만큼 그 이후의 일정에 여유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날이면 날마다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몇 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방문자에게는 실로 엄청난 어드밴티지가 아닐 수 없다. 아래에 홈페이지 링크를 올려 둔다.
https://store.universalstudioshollywood.com/PurchaseTickets.aspx
3. Express Pass 구입을 고려하라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General Admission(일반 입장), Express Pass(급행 패스), VIP Pass의 세 등급으로 차별하여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 중간 등급인 Express Pass는 테마파크 내부의 모든 시설을 1회에 한하여 줄을 서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패스이다. 가격은 시즌에 따라 General Admission의 1.5배에서 2배 사이로 책정된다. 우리 가족도 피치 못하게 최고 성수기에 방문하게 되어 이 패스의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General Admission만으로도 4인 가족이 한화 50만 원에 가까운 돈을 지출하게 되는데, 그 두 배의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되어 포기했다. 여유만 된다면 성수기에는 이 패스를 구입해서 보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VIP 패스는 너무 ㅎㄷㄷ한 가격이라 아예 논외로 했다)
단, 비수기에는 구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성수기에도 이번 포스팅에서 알려드리는 팁들만 충실히 따른다면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즐거운 관람을 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
4. 개장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라
위의 2번 항목에서 입장권을 Universal Stuido의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면 30분 먼저 입장이 가능함을 설명했다. 하지만 더 효과적인 관람을 위해서는 우선 입장 시간보다도 30분에서 1시간 먼저 도착해 입구 바로 앞에 줄을 설 것을 권장한다. 30분 먼저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우선 입장 시간에도 이미 많은 인파가 입구 앞에 줄을 서 있게 된다. 이 줄에서도 가급적 앞 쪽에 서야 가장 효과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5. 10시 30분까지는 딴짓하지 말고 최대한 열심히 어트랙션들을 클리어해라
효과적인 관람을 위해 가장 중요한 시간대는 입장 시부터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이다. 이 시간대에 최대한 많은 어트랙션들을 클리어해야만 성공적인 관람이 가능하다. 10시 30분이 되면 거의 모든 주요 놀이기구의 대기시간이 폭발적으로 길어지기 때문이다. 10시 30분까지는 기념품 가게를 구경한다거나 간식을 사 먹거나 음료를 사 마신다거나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 등의 시간낭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6. 최적의 동선을 따라 움직여라
5번에서 밝혔듯이 10시 30분까지는 최대한 많은 어트랙션들을 클리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적의 동선을 따라서 움직여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적의 동선은 아래와 같다
1) 30분 우선 입장하자마자 Wizarding World로 가서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를 클리어한다. (한번 타고 나왔는데도 대기시간이 길지 않다면 바로 한번 더 타라. 이때가 아니면 다시 탈 기회는 하루 종일 없다고 보면 된다) Forbbiden Journey를 타고 나오면 바로 옆에 Hippogriff(히포그리프) 롤러코스터가 있는데, 이 놀이기구는 에버랜드의 어린이용 롤러코스터 수준이니 그냥 패스해도 된다. Wizarding World를 찬찬히 구경하는 것도 어트랙션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이른 오후 시간대로 일단 미뤄두는 게 좋다.
2) Wizarding World에서 나와서는 바로 Studio Tour를 하러 가라. Studio Tour는 9시부터 시작되는데 Tour 시간이 거의 한 시간에 가깝다. 오후가 되면 Studio Tour도 대기 시간이 길어지니 이때 보아두는 것이 좋다. (혹은 근처의 주요 attraction의 대기 줄이 길지 않다면 재빨리 하나 클리어한 후에 Studio Tour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현장 상황에 맞춰서 판단하면 되겠다.)
3) Studio Tour가 끝나면 바로 Lower Lot으로 이동해야 한다. LA Universal Studio는 Upper Lot과 Lower Lot으로 나뉘어 있는데, 보통 Lower Lot은 Upper Lot보다 1시간 늦은 10시에 오픈한다. 따라서 10시에 맞춰서 이동하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Lower Lot의 어트랙션들을 클리어할 수 있다. Lower Lot에는 현재 Transformer와 Mummy의 두 개 어트랙션만 운영하고 있는데, 모두 인기 있는 것들이다. Lower Lot으로 이동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게 되는데, 이동 시간이 꽤 걸리니 Studio Tour를 마치지 마자 지체 없이 이동해야 한다.
7. 모든 것을 다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10시 반 이후에는 쇼 위주로 관람하라.
Lower Lot의 어트랙션들을 클리어하고 나면 시간이 대략 10시 반쯤 된다. 이제부터는 어느 어트랙션으로 가도 상당한 대기 시간이 예상된다. 하지만 위에서 공개한 동선에 따라서 충실하게 구경을 했다면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꼭 봐야 할 것들 중에 반은 했다고 보면 된다. 자잘한 것들까지 빠짐없이 다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고 남은 시간들은 놀이기구보다는 쇼 위주로 관람하면 된다.
LA 유니버설에서 꼭 봐야 할 쇼는 Water World, Special Effect Show, Anmal Actors의 세 가지이다. 관람객이 많은 날에는 좌석 부족으로 시간 맞춰가도 쇼 입장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또한 좋은 자리에서 보는 것이 더 재미있으니, 쇼 스케줄을 미리 확인한 후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전에 미리 가서 줄을 서는 것이 좋다.
이렇게 세 가지 쇼까지 다 보고 나면 이 곳에서 꼭 봐야 할 것들은 다 본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폐장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꽤 남아있을 것이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느긋하게 둘러보거나, 아니면 끝끝내 미련이 남는 어트랙션들이 있다면 대기시간을 감수하고라고 클리어하면 되겠다.
8. 점심은 밖으로 나와서 City Walk에서 먹는 것도 좋다.
테마파크 내에서 파는 음식은 어디든 가격은 비싸면서 품질은 낮다. 더구나 인파가 몰리는 날에는 맛없는 음식을 비싼 돈 내고 오래 기다려서 사람들에 치이면서 먹어야 한다. 과히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유니버설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서 City Walk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출구를 나오면서 손등에 도장을 받고 입장권을 소지하고 있으면 당일에 한 해서 재입장이 가능하다. City Walk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쇼핑몰인데, 이 곳에는 푸드 코드를 비롯하여 여러 레스토랑들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이 곳에 있는 Bubba Gump에서 느긋하고도 여유롭게 점심을 먹고 다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입장했다.
Bubba Gump는 1994년에 세계적인 흥행을 한 영화 Forest Gump에 나왔던 Bubba Gump Shrimp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들어진 식당인데, 이름대로 새우를 위주로 한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파는 곳이다. 내부 역시 Forest Gump 영화에 테마를 두고 꾸며져 있다. 엄청난 맛집은 아니지만 한 번 정도 방문하기에는 괜찮은 곳이다.
9. 폐장시간까지 종일 버티기 힘들면 점심 무렵에는 숙소에서 쉬고 저녁에 다시 돌아가라
개장부터 폐장까지 종일 강행군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무리가 된다면 점심시간 즈음에 숙소로 돌아가서 몇 시간을 쉰 뒤에 다시 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5시까지가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5시 이후로 폐장시간까지는 어트랙션들의 대기시간도 상당히 줄어든다.
10. Universal Studios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활용하라
폰에 미리 Universal Studios 앱을 다운로드하여두면 좋다. 앱을 통해 지도도 확인하고, 다양한 어트랙션들의 대기시간과 쇼의 공연시간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미리 앱을 받아두는 것을 잊었더라도 Universal Studios 내에서는 무료 wifi이용이 가능하니 즉석 해서 다운로드하여 설치해도 된다.
이상으로 LA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관람하는 10가지 팁을 정리해 보았다. 이상의 팁을 잘 따르기만 한다면 어지간히 사람 많은 날에도 무난히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