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IT에서 Electrical Foundation Course를 마치고 취업한 첫 번째 회사에서 쉬지 않고 7개월 정도를 일했다. 그런데, 근무하던 현장의 공사가 마무리되자 lay-off(정리해고)를 당했다. 아무런 사전 언질도 없다가 long weekend를 앞둔 금요일 근무를 다 마친 후 퇴근 시간에 통보를 받았다. 마지막까지 시킬 일 다 시켜먹고 나서 집에 갈 시간에 '너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는 말을 들은 것이니 기분도 굉장히 나빴다. (그런데 대부분 lay-off는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고 한다.)
Trade에 종사하는 기술직 노동자에게 Lay-off란 전체 커리어에 걸쳐 최소 몇 번 정도는 거쳐가야만 하는 간이역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Journeyman이 된 이후라면, 간혹 Lay-off를 당하더라도 이 기간을 재충전의 기회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해서 버는 만큼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EI(고용보험, Employment Insurance)를 통해 실업수당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사실 딱히 서러울 것도 없고 억울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직접, 그것도 처음으로 경험해 보니 마치 불시에 뒤통수를 세게 후려 맞은 듯한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게다가 난 Journeyman도 아닌 늦깎이 Apprentice(최대한 빨리 6000시간을 채워야 하는)에 불과하지 않은가? 역시 좋게 받아들일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공사가 마무리되어 가면서, lay-off가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기는 했다. 하지만 소문일 뿐이었고, 설사 lay-off가 있다 하더라도 나는 그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성실하게 일을 했고, 근무 태도도 좋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했으며, performance도 좋았다고 자부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고, 우리 현장의 lead hand로부터도 그렇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lay-off의 칼바람이 닥쳐오니 그런 것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었던 것 같다. 덜 마무리된 작업들을 끝까지 마쳐야 하는 최소의 인원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정 보지 않고 모조리 lay-off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은 인원들 역시 공사의 최종 마무리와 함께 역시 lay-off의 대상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Trade 직종은 장점은 어지간하면 정년까지, 혹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반면에 회사의 내부 사정이나 경기변동에 따라 언제든 쉽게 lay-off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직접 경험을 하고 나니 제대로 실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Lay-off 그 자체보다 더 황망했던 점은, 이 회사에서의 내 probation(수습) 기간이 지난달에서야 끝났고(probation 기간은 3개월이 일반적인데 이 회사는 유독 6개월이었음), 치과와 약을 포함한 extended health care의 benefit을 이제 막 받기 시작했는데, lay-off와 함께 이 benefit들도 사라지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조만간 모든 가족의 치과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으려던 참이었던 것이다.
Lay-off를 당한 시점도 참으로 애매했다. 당시 시점으로부터 한 달 후에 2주 간의 한국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회사에 휴가원도 제출해 놓은 상태였다. 지금 당장 구직활동을 시작하자니 취업이 되자마자 휴가를 간다고 해야 할 상황이고, 그렇다고 한국을 다녀올 때까지 마냥 놀고 있을 수도 없는....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한국행 날짜를 1주일 정도 앞당기고 기간도 3주로 늘였다.
Journeyman이 되기 위해 필요한 6000시간 중에 지금까지 1500시간 정도, 즉 1/4 정도를 채운 시점이었다. Level 2 교육을 아직 이수하지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hour는 채웠으니 재취업은 처음보다 조금은 더 쉬울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을 다녀온 후 재취업을 위하여 다시 이력서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쉬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