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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Dec 27. 2019

40대 아재, 캐나다 직업학교에 가다 - 마지막 회

Level 4 & IP

10주간의 Level 3 교육을 마치고 일터로 돌아간지 7개월 만인 10월 중순에 다시 10주간의 Level 4 교육을 받기 위하여 BCIT로 돌아왔다. 원래는 내년 3월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10월에 시작하는 과정에 빈자리가 생긴 것을 보고 재빨리 연락하여 6개월 앞당겨 Level 4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Certified Trade는 Level 4까지의 교육을 받은 후에 IP(Inter-provincial) Exam.을 보는 것으로 Apprenticeship이 끝나게 된다. IP를 Pass하게 되면 Red Seal이라고 부르는  자격증을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캐나다 전역에서 자격을 인정 받을 수 있게 되며, 일부 해외 국가에서도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 


Level 4 교육의 수료(pass)율은 대략 90% 정도라고 한다. Level 4에 등록한 학생 10명 중에 9명은 pass를 한다는 뜻이다. IP 시험은 Level 4 과정을 pass해야만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합격률은 대략 70% 선이라고 한다.



- Level 4 교육


Level 4 과정에는 총 6개의 학급이 편성되었다. 한 학급에 16명이니, 총 96명의 학생이 함께 교육을 받게 되는 것이다. 96명의 학생들 중에는 함께 foundation 과정을 했던 녀석들이 둘 있었고, Level 2나 3때 한 반이었던 녀석들의 얼굴도 간혹 보였다.


여섯 학급이 각각 따로 수업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실험(Lab)과 일부 Lecture를 학급별, 혹은 두 학급이 함께 진행했지만, 크게는 네 학급이 함께 큰 auditorium에서 대부분의 lecture를 들었고, 나머지 두 학급은 또 다른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 나는 함께 수업받는 네 학급 중의 한 한급에 배정이 되었고, 네 명의 강사들로 부터 다양한 과목의 수업을 듣게 되었다.


BCIT의 Trade 과정은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설계되어 있지만, 실제 교육의 퀄리티는 어떤 강사로부터 배우느냐에 따라 매우 크게 좌우된다. 당연한 말이지만, Level 3 과정에서 이를 실감하게 되기전까지는 그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Level 1(Foundation)은 기초적인 내용과 실무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강사의 자질에 따른 교육내용의 편차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Level 1 때의 담당 강사들의 수준이 특별히 높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교육 내용이 쉬웠기 때문에 특별히 교육이 부실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Level 2에서는 운 좋게도 가장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지도해주는 강사를 만나게 되었다. 당연히 교육 내용에 대한 불만은 전혀 없었다. Level 3에서는 세 명의 강사들로부터 각각 다른 과목들을 배웠는데, 앞선 글에서도 썼지만 이 중 한 강사의 교육 내용이 매우 부실했다. Level 3도 무난하게 pass는 했지만, 덕택에 이 강사가 가르친 과목들에 대한 이해도는 수료 후에도 낮은 상태였다.


Level 4에서는 네 명의 다른 강사들로부터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불행하게도 네 명의 강사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두 명의 강사는 특별히 능력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강의가 좀 건성건성 진행되는 면이 있었고, 은퇴할 나이가 훌쩍 지나 보이는 한 강사는 지도하는 과목에 대한 충분한 지식도 없어 보였고, 그나마도 낮은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듯이 강의를 하는 탓에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나머지 한 강사는 중국인이었는데, 특별히 능력이 없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영어구사 능력에 매우 문제가 많았다. 그 와중에도 native들은 대충 알아듣는 것 같았지만, 내 경우에는 너무나도 알아듣기가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수업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다.


결국 Level 4의 경우에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거의 없고, 교재나 유인물을 통해 스스로 공부해서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Level 3도 그랬지만, Level 4는 industrial electrician이 되기 위한 과목이 대부분이다. VFD(Variable Frequency Drive)나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 AC(Automated Control)과 같은 과목들이 Level 4의 주된 과목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industrial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사실 건축 현장에서 접할 일은 거의 없는 분야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Certified Electrician이 되기 위해서는 이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니 어쩌겠는가? 



- The Big Week


10주간의 Level 4 교육 과정 중 마지막 10주 차가 The Big Week이다. 가장 중요한 시험 세 개를 이 주에 몰아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는 Code 과목에 대한 시험을 본다. 전체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로 가장 중요한 과목이다. 바로 다음 날인 화요일에는 Final 시험을 본다. Level 4에서 배운 전과목에 대한 시험이다. 비중이 30%다. 바로 다음 날인 수요일 Level 4에 대한 성적표와 수료증을 받는다. 아울러 금요일에 보게 되는 IP시험에 대한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받고, level 4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IP 시험에 종종 출제되는 HVAC에 대한 lecture를 두 시간 정도 진행한다. 이것으로 Level 4의 모든 교육 과정은 마무리 된다.


목요일에는 학교에서 제공한 학습 자료를 공부하며 다음 날의 시험을 개인적으로 준비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날인 금요일에는 마침내 (최소) 4년 간의 apprenticeship을 마무리하는 IP Exam.에 응시하게 된다.



- IP Exam.


IP Exam.은 BCIT가 아닌 외부에서 보게 된다. 항상 그 곳에서 보는 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경우에는 Vancouver에 있는 Croatian Cultural Centre라는 곳에서 보게 되었다. 대형 연회장 같은 곳을 빌려서 시험을 치르는데, Electrical 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trade들도 같이 섞여서 시험을 보았다.


시험은 무료 오전 7시에 시작된다. 주차장 공간이 부족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나는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가까스로 시험장 내에 주차할 수가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서 ID를 확인하고 시험을 자리를 배정받고, 시험에 필요한 Code Book과 계산기, 필기도구 등을 지급받고 자리에 앉으니 대략 7시 30분 정도가 되었다.


시험은 총 100문항이고, 시험 시간은 네 시간이다. 과목별로 나누어서 보는 것이 아니라, 4시간 연속으로 100문항을 풀어야 하는 시험이다. 화장실은 감독관에게 허락을 받고 시험보는 중간에 다녀오면 된다.


시험은 예상했던 것보다 매우 어려웠다. 4시간이면 100문제를 풀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부족했다. 몇몇 문제는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4년 간의 교육 과정동안 전혀 배운 적이 없는 것들이었고, 또 몇몇 문제는 배운 과목이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배운 내용보다 더 심화된 내용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쉬운 문제부터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는 나중에 푸는 전략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적으로 대여섯 문제 정도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찍을 수 밖에 없었다. Level 4를 pass한 사람들 중에 70%만 IP를 pass한다는 말이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시험 결과는 보통 10일 내로 통지된다고 하는데, 연말이라서 그랬는지 내 경우에는 3일 정도 후에 통보를 받았다. 만족스러운 점수는 아니었지만 pass했고, 그것이면 good enough이라고 자위했다.


만일 IP를 pass하지 못하면, 6주 후에 무료로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 때에도 pass하지 못 한다면, 그 이후로는 추가로 돈을 내고 응시해야 된다고 한다.



- 이제 다 끝난건가?


아니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Certified Journeyman Electrician으로 캐나다 어디에 가서든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남의 회사에 소속되어 월급만 받을 것이 아니라, Electrician으로서 자기 사업을 하고 싶다면 FSR(Field Safety Representative)이라는 추가적인 자격증이 필요하다. FSR이 있어야만 전기 공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electrical permit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SR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하고, Journeyman Electrician으로 1800시간 이상 일을 한 경력이 필요하다. 1800시간이면 대략 1년이다. 1년간 더 일을 한 후, 주로 part time으로 진행되는 FSR교육을 이수하고, FSR exam에 패스를 하고나면 그 때부터는 독립해서 내 사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여기까지가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다.


내 사업을 하는 것에는 뜻이 없다하더라도, 그냥 construction electrician으로 만족하기 보다는 추가적인 교육을 받고 더 특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Automated Control이나 Fire Safety, Renewable Energy 등으로 심화되는 추가의 교육을 이수하여 certificate을 받아 관련 분야로 진출하면 더 전문화된 분야에서 일하면서 더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분야들에 대한 교육과정들도 모두 BCIT에 개설이 되어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BCIT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거나, 학교에 다니는 동안 instructor들에게 조언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상으로 '40대 아재, 캐나다 직업학교에 가다' 시리즈는 마무리지으면 될 것 같다. FSR교육을 받게 되면 그것에 대한 내용은 '번외편'으로 정리해 보겠지만, 언제가 될 지 현재로서는 기약이 없다.




#BCIT, #Electrician, #Redseal, #journeyman, #캐나다, #이민, #40대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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