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Level Up)
캐나다 Trade 직종의 Apprenticeship 교육 과정은 보통 4단계로 나누어져 있다. Level 1부터 Level 4까지의 단계인데, 각각 10주의 Full Time 과정이며, 어느 학교가 되었든 과정이 개설된 학교에 가서 이수하면 된다. 밴쿠버의 경우에는 대부분 BCIT에서 이 교육과정들을 이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교육 과정이 비교적 충실하고, 교육 시설이 좋으며, 학비도 다른 사립학교들과 비교하면 저렴하기 때문이다.
보통 Trade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에는 6개월짜리 Foundation 과정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경험 없이 Trade 직종에 apprentice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foundation 과정을 수료한 후 취업했는데, 이런 경우에는 foundation 과정이 level 1 교육을 대체한다. 따라서 foundation 과정을 마친 후 apprentice로 취업을 했다면, 이후로는 level 2부터 level 4까지의 과정만 이수하면 된다. Level 1 교육은 사전 교육 없이 전기 회사에 취업을 먼저 한 경우에 이수하게 되는 과정이다.
Foundation 코스와 마찬가지로, Level up 교육 역시 70점 이상의 성적으로 이수해야만 pass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Pass 하기가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Level 3 때부터는 Fail 하는 학생들이 한 학급에 한 두 명씩 나왔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level을 처음부터 다시 수강해야 한다.
각 Level을 이수해야 하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원한다면 Level 1부터 Level 4까지의 과정을 이어서 이수할 수도 있다. 단, Foundation 과정을 이수한 경우에는 이어서 Level 2, 3, 4를 이수할 수는 없다. ITA에 apprentice로 등록이 되어야 Level up 과정에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Foundation을 이수한 경우에는 Level 2 교육에 등록하기 전에 취업부터 먼저 해야 한다.
6000시간의 work hour를 채워가는 동안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서 모든 level up 교육을 이수하고 pass 한 후에, IP(inter-provincial)라고 부르는 자격시험까지 패스하면 마침내 Red Seal이라고 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을 받게 되고, 흔히 말하는 journeyman이 되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 데 최소 4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대학 학부를 졸업하는 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셈이다.
나는 Foundation 과정을 마치고 2주 정도 지났을 때 첫 직장에 취업을 했다. 취업과 동시에 ITA에 apprentice로 등록이 되었고, 곧 ITA 등록 카드를 발급받았다. 이 카드에 기재된 ID number가 있어야 Level Up 과정에 등록이 가능하다.
취업 직후에는 적응하기에 바빠 다음 Level up 과정에 등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동료들이 Level up 과정에도 상당한 대기가 있으며 최대한 빨리 등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부랴부랴 BCIT에 Level 2 과정 등록을 했는데, 가장 빨리 등록할 수 있는 때가 이미 1년 6개월 후였다. (Foundation을 2016년 6월에 마쳤는데, Level 2는 2018년 1월에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Level 1 apprentice로 1년 6개월을 일한 후, 나는 Level 2 apprentice가 되기 위하여 다시 BCIT로 돌아갔다.
1년 반 만에 돌아간 학교에서 몇몇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나와 같은 반에는 아는 얼굴이 없었지만, 첫 직장에서 얼마간 같이 일했던 Howard와 Mark, Nick을 만났다. 이들은 각각 Level 2, 3, 4를 듣고 있었다. Foundation 과정 때 같은 반이었던 John과 Manveer도 만났는데, 이 두 녀석은 나보다 3개월 앞서 level 2 과정을 시작했고, 바로 이어서 level 3 과정도 하고 있었다.
Level 2는 Level 1에서 배운 내용을 review 하면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는 과목이 많았고, 새롭게 배우는 과목은 transformer(변압기)와 조명, RCL circuit의 세 가지 정도였다.
Level 2의 경우에는 Foundation 과정과 학교생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반에 16명의 학생이 있었고, 담임선생님 같은 담당 instructor가 있었고, 이 instructor가 모든 과목을 가르쳤다. 그래서 어떤 instructor의 반에 배정되느냐에 따라 학업 성취도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다행히 나는 Level 2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받는 instructor의 반에 배정되었고, 덕택에 level 2를 좋은 성적으로 무사히 패스할 수 있었다.
Level 2를 마치고 1년 후, Level 3 과정을 위해 또다시 학교에 돌아왔다. Level 3에서는 이전과는 다른 점들이 많았다. 모든 Level에서 한 반은 16명으로 구성이 되고, 각 반 별로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Level 3 역시 학급당 학생 수는 동일했지만, 두 반이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수업을 받게 되었다. 교실 크기는 동일한데 학생 수가 16명에서 32명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Level 1, 2에서는 혼자 쓰던 책상을 두 명이서 같이 써야 했다.
또 교육내용이 심화되기 때문인지, Level 1, 2처럼 한 명의 instructor가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세 명의 instructor가 각각 과목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Level 3부터는 3 phase circuit과 AC machine, DC machine 등 industrial electrician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잘 알아야만 하는 과목들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Residential이나 Commercial 분야에서 일하게 되면 사실 그다지 많이 쓰이게 되지는 않는 지식들이기는 하다. 그렇다라도 Red Seal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분야에 대해서도 알아야만 한다. 이 외에 Transformer나 Electronics 같은 과목들도 Level 2에서 더 심화해서 교육이 진행되었다.
Level 3와 비교하면 Level 1, 2는 정말 땅집고 헤엄치기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Level 3부터는 정신 바짝 차리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공부하지 않으면 pass 하기가 만만치 않다. 실제로 나와 같은 회사에 일하는 동료 중에 한 녀석은 level 3을 세 번이나 반복해서 겨우 통과하기도 했다. 내 Level 3의 같은 반 32명 중에도 최소 2명은 Level 3을 두 번째로 반복하고 있었고, 그나마 그중의 한 명은 또다시 Fail 한 것으로 추정된다.
Level 3에서 만난 세 명의 instructor 중에 electronics를 가르쳤던 강사는 정말 최악이었는데, 그래서 이 과목은 강의나 실험을 통해 배운 것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될 것 같고, 교재를 통해서 거의 스스로 공부해야 했다.
전반적으로 Level 3 교육을 받는 동안에는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다. 덕택에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무사히 pass를 하기는 하였으나, level 1과 2를 할 때처럼 널럴(?) 한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다.
Level 3을 마치고 8개월이 지난 현재(2019년 10월), 나는 드디어 apprenticeship의 마지막 과정인 Level 4를 위해 다시 BCIT에 돌아와 있다. Journeyman Electrician이 되기 위해 Foundation 과정을 시작한 것이 2016년 1월이었으니, Level 4를 pass 한 후, IP Exam. 만 통과하면 드디어 Journeyman이 되는 것이다. 정확하게 4년이 걸린 셈이다.
Level 4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을 통해서 풀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