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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Oct 27. 2019

40대 아재, 캐나다에서 취직하다-7. 새직장 2주 후

* 이 글은 2017년 4월에 쓴 것을 다시 정리한 것입니다. 당시의 시점에서 쓰여졌습니다.


예측하지 못했던 Lay-off와 이어진 한국 방문으로 두 달을 쉰 후에, 재취업한 지 2주가 조금 더 지났다. 


이번에 새로 취업한 회사는 이전 회사와 비교하면 훨씬 작은 회사이다. 전 회사에 7명의 Foreman이 있고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번 회사는 전체 직원을 다 합해도 10명이 안 된다. 이전 회사가 Commercial 위주의 큰 공사를 하는 회사였다면, 이번 회사는 Residential과 소형 Commercial 위주의 작은 공사를 주로 하는 회사이다. 이런 차이가 여러 가지 장단점을 만들어 내는데, 현재로서 큰 불만은 없으니 당분간은 이 곳에서 지내볼 생각이다.


 장점부터 먼저 이야기를 해 보자면, 일단은 일하는 분위기가 더 자유롭게 느껴져서 좋다. 

 이전 직장에서는 일할 때 반드시 안전모와 안전조끼, 작업화를 착용했어야만 했는데, 이 곳에서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필요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안전모와 안전 조끼는 착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그나마 작업화는 신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정도다. 물론 이것은 장점이라고 말하기에 약간 애매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작업자의 안전에 대해서는 덜 신경 쓴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물론 소규모 공사장이다 보니 대형 공사장보다는 위험요소가 적기는 하다.) 소규모 인원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조금 더 자유롭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는데,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심리적 부담이 덜하니 심리적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아서 좋다.


 또 다른 장점은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다른 공사장으로 출근하며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주로 소규모 공사들이다 보니, 상주하면서 일을 할 필요가 없고, 그러다 보니 필요할 때만 2~3명 규모로 인원을 보내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매일 같은 공사장으로 가서 비슷한 일을 계속해서 하던 이전 직장과 비교해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없어서 좋고, 일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시간도 더 잘 가는 것 같다.


 반대로 단점도 있는데, 가장 큰 불만은 Benefit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좋은 회사들의 경우에는 Extended Health Care 뿐만 아니라, Group RSP(퇴직연금)에 가입시켜 주고 학교 학비까지 지원해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 회사는 그런 부분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pay를 그만큼 더 받으면 상쇄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래서 다음번에는 시급을 좀 많이 올려달라고 요구해 볼 생각이다.


 또 다른 단점은 출근시간이 늦고 그나마도 들쭉날쭉하다는 점이다. 이전 회사는 site별로 차이가 있기는 했으나 6시 30분이나 7시까지 출근해서 2시 반이나 3시에 퇴근했는데, 이 회사는 8시 출근 4시 퇴근이 기본인 것이다. Residential 위주로 일을 하는 회사이고, 그러다 보니 작업장들이 주로 주택가에 있어서 소음 문제로 이른 시간부터 작업을 시작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이 시간이라도 고정적이면 나을 텐데, 때에 따라서는 7시 30분까지 출근해야 하는 곳도 있고 9시부터 시작해야 하는 곳도 있다.



  2주간 근무하면서 나름 흥미로운 곳들도 많이 다녔다. 그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곳 두 군데 이야기를 간단히 해 볼까 싶다.


  첫 번째 장소는 무려 시가 2천만 불짜리 펜트하우스이다. 밴쿠버 다운타운 내의 Yale Town에 위치한 곳인데, 최상층인 38층 한 층을 모두 쓰고 있다. 면적은 무려 6,000sf(약 170평)다.  일생 살아볼 일이 없고 구경해 볼 일조차도 없었을 곳인데 이 회사에서 일하게 된 덕택에 구경하게 된 것이다.  사실 좋은 집을 보면 '와~ 나도 이런 데서 살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드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이 집은 그 수준을 한참 뛰어넘어버려서인지 '살고 싶다'라는 생각은 안 들었고, '와~ 신기하다. 돈이 진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구나'라는, 약간은 관광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거실과 거실 천장 조명의 모습. 사방으로 밴쿠버 전체의 뷰를 다 볼 수 있었다. 저 조명은 설치에만 15만 불이 들었다고 한다.


창 밖으로 본 밴쿠버 다운타운의 파노라마 뷰



 두 번째로 재미있었던 곳은 바로 '마리화나 공장'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현재 마리화나를 재배하고 있는 공장은 아니었고, 마리화나 합법화를 계기로 하여 앞으로 마리화나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 중인 공장이었다. 이 공장 안에서 재배와 건조, 패키징까지 할 수 있게 준비되고 있는 것 같았다. Delta지역의 산업단지 안에 건물 하나를 통으로 개조했는데, 많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아래 사진은 재배실인데, 보이는 카트 위에서 마리화나 화분들을 배치하고, 천장에 설치된 Plasma 조명을 통해 재배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상으로 새로운 직장에서 2주 정도 일한 간단한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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