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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양극화란]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란 주요 정당 간의 이념적 거리(ideological distance)가 멀어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개념입니다. 쉽게 말해, 정당 양극화는 주요 정당 간의 정책적, 정치적 입장차이가 얼마나 다른지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당 양극화는 정당 간의 이념적 거리가 커진다는 점에서 양면적인 의의가 있습니다. 정당 양극화는 주요 정당 간의 입장차이가 커지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는 정치적 갈등, 교착(gridlock)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 양극화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현상으로 비춰집니다. 반면, 정당 양극화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한 결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사회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의회가 이를 반영하여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이로 인한 정당 양극화는 대의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오히려 바람직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처럼 복잡다단한 정당 양극화라는 현상이 한국 국회에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한국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를 추동하는 원인에 대한 몇가지 추론적 설명을 제시할 것입니다.
[한국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 추세]
정당 양극화라는 개념은 매우 추상적이기 때문에 이를 측정하는 지표를 찾아내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많은 선행 연구에서는 정당 양극화를 주로 국회의원 또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여론조사 자료를 통해 측정해왔습니다 (이내영, 2011; 이재묵, 2013; Lee, 2015). 그러나 여론조사 자료는 국회의원 또는 국민의 인식에 기반을 둔 자료이기 때문에 이는 간접적인 지표일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법안표결 기록을 통해 산출한 Common Space W-NOMINATE 점수를 통해 정당 간의 양극화를 측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여론조사와 같은 "인식"이 아닌 법안표결이라는 직접적인 "행태"를 통해 정당 양극화를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의 정당 양극화 현상을 분석한 기존의 연구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정당 양극화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e.g., Poole and Rosenthal, 1997; McCarty et al., 2006; Theriault, 2008; Hetherington, 2009). 아래 그림 1은 제16대에서 제18대 국회에서의 정당 간의 양극화의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1에서 보다시피, 제16대 국회에서는 주요 정당 간의 이념적 거리가 크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17대 국회를 기점으로 주요 정당 간의 이념적 거리가 크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으며 제18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양극화가 유지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 누구에 의한 양극화인가?]
그렇다면 한국 국회에서 정당 양극화를 추동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기존 연구에서는 정당 양극화가 국민에 의한 양극화인지, 정치엘리트에 의한 양극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e.g., Hetherington, 2009). 그러나 그림 1의 결과는 선거주기에 따른 정당 양극화의 추세를 포착한 것이기 때문에 비선거주기 중 신당창당, 합당 및 국회의원들의 당적변경 등 국회의원들의 인위적인 정치개편에 의한 정당 양극화의 변화는 포착해내지 못합니다. 따라서, 아래의 그림 2는 비선거주기 2003년의 열린우리당 창당,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등 민주계열 야권이 합당하여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한 2007년, 그리고 무소속 친박의원들의 복당과 친박연대의 한나라당으로의 흡수통합이 완료된 시점인 2012년의 기간을 종단적 분석에 포함하여 국회의원들의 인위적인 정치개편이 정당 양극화 추세에 어떤 변화를 야기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림 2의 결과에 따르면 민주계열 야권의 대통합민주신당으로의 합당과 친박의 한나라당으로의 복당 및 친박연대의 한나라당으로의 흡수통합은 각 정당의 이념적 위치의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2003년 열린우리당의 창당으로 인한 정당 양극화의 변화는 눈여겨볼만합니다. 선거에 의한 정당 양극화의 변화만을 보여준 그림 1의 결과와는 달리 그림 2에 의하면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의 16대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는 17대 국회 못지않게 극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대 국회 말기인 2004년 3월에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사태는 이러한 극심한 정당 양극화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의 분석의 함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한국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의 중요한 분기점은 2003년의 열린우리당 창당이라는 점입니다. 즉 정당 양극화가 유권자의 선택이 아닌 진보적 성향의 의원들 간의 결집으로 인한 열린우리당 창당에 의해 급격하게 확대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서의 이념적 양극화가 국민이 아닌 정치엘리트들에 의해 추동되었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이내영 2011). 두 번째 함의는 한국의 정당 양극화는 진보계열의 정당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의해 추동된 비대칭적 양극화(asymmetric polarization)라는 점입니다. 지난 십여 년간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이념적 위치는 대동소이했던 반면 2003년과 2004년에 창당된 진보계열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한국 국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진보 쪽으로 급격하게 확대시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십 년간의 정당 양극화의 추세가 축적된 미국 의회와는 달리 한국의 국회는 단기적인 추세밖에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향후 한국 국회에서의 정당 양극화가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것인지 장기적인 현상으로 유지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고 향후의 추세를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