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이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이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한 가장 큰 동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였다. 아직은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는 여러 입법과정의 이야기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이것을 책이라는 형태로 발간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며 글을 집필하다 보니 가장 큰 고민이 생긴 지점은 과연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였다. 그리고, 과연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특별히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거기에 대한 답을 명확하게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내가 꼭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이렇다.
입법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자 한다면, 좋은 의도 그 이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내용의 법안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법 개정안 작성을 실무적으로 몇 번 해보면 개정해야 할 법 규정은 널려있다.
물론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현행법 규정 중 고쳐야 할 규정들을 발굴해 내는 것도 입법의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법안이 과연 어떤 정치적 흐름 속에 놓여있는지, 그 법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의 역학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는지, 여야 간의 정치적 이해관계의 관점에서는 이 법안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을지 등의 정치적 환경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어려운 정치적 환경임에도 꼭 관철되어야 하는 입법이라면 어떻게 환경을 돌파해 낼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입법실무자가 갖추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그리고 입법실무자는 입법은 문제해결의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법을 새로 만들고 고치는 일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입법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다면 입법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입법 이후 정부부처가 관장하는 하위법령 제정, 예산 및 인력 확보, 전달체계 마련 등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집요하게 감시하고,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 과정이 결여된다면 입법이라는 성과는 그저 빈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메시지가 입법실무자로서 나의 짧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되었다면 나의 개인적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는 글일 것이다.
이 책이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한 분들, 입법실무를 이제 막 시작한 사회초년생, 그리고 국회의 울타리 밖에서 정책과 입법이라는 생소한 업무를 다루어야 하는 분들을 위한 입법과정의 여러 나침반 중 하나로 활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하며 이 글을 끝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