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양식>
나는 한 권의 책을 책꽂이에서 뽑아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을 꽂아 놓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조금 전의 내가 아니다.
- 앙드레 지드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35p)
"잘됐군." 하고 말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할 수 없지." 하고 말하라. 거기에 행복의 커다란 약속이 있다. (46p)
많은 기쁨을 맛보아야 비로소 사색할 권리를 조금 얻을 수 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사색하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강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2p)
네 사고의 습관이 너를 방해하고 있다. 너는 과거에 살고 미래에 살고 있어서 아무것도 자연 발생적으로 지각하지 못한다. (...) 미르틸이여, 너는 알게 될 것이다. 순간들의 '현존'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것인지를! (...) 때로는 오직 그 순간에만 온 마음을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89p)
풍경들의 무한한 변화는 우리가 아직도 행복의 모든 형식들을, 즉 그것들이 지닐 수 있는 명상이나 슬픔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는 알고 있다. 어렸을 적, 브르타뉴의 황야에서 가끔 슬픔에 잠기곤 하던 어떤 날이면 나는 갑자기 내 슬픔이 나에게서 빠져나갔음을, 그토록 슬픔은 제가 풍경 속에 포함되고 그 속에 흡수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ㅡ그리하여 나는 내 눈앞에 슬픔을 감미롭게 바라볼 수 있었던 것임을. (146p)
행복해질 필요가 없다고 굳게 믿을 수 있게 된 그날부터 내 마음속에 행복이 깃들기 시작했다. 그렇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게 필요한 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굳게 믿게 된 그날부터. (...) 가장 훌륭한 가르침은 모범을 보이는 것임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나의 행복을 천직으로 받아들였다. (216p)
저마다의 긍정은 자기희생 속에서 완결된다. 그대가 자신 속에서 포기하는 모든 것은 생명을 가지게 될 것이다. (...) 희생이 없는 부활은 없다. 기꺼이 바치는 일 없이는 아무것도 꽃피지 않는다. (...) 모든 것은 증여를 위하여 익고 기꺼이 줌으로써 완성된다. (223p)
개인은 자기를 망각할 때 비로소 자기를 긍정한다. 자기 생각에 빠진 자는 자신의 방해물이 된다. 미인이 자기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때보다 더 내가 아름다움에 감탄해 본 적은 없다. 가장 감동적인 선(線)은 가장 체념한 상태의 선이다. (224p)
이 땅 위에는 너무나 많은 가난과 비탄과 어려움과 끔찍한 일들이 가득해서 행복한 사람은 자기의 행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는 행복을 생각할 수 없다. 그러나 스스로 행복해질 수 없는 자는 남의 행복을 위하여 그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나는 나 자신 속에 행복해야 할 절박한 의무를 느낀다. (237p)
"너 자신을 알라." 위험한 동시에 추악한 격언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는 누구든 발전을 멈춘다. '자신을 잘 알려고' 애쓰는 애벌레는 절대로 나비가 되지 못할 것이다. (26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