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에서 먹는 어묵 국물
인생의 즐거움 찾기 1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꽤 오래됐다.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건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는 책에서 다음 문장을 봤을 때였다.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침실의 '백열등 부분 조명'과 '하얀 침대 시트'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읽은 지 10년도 넘은 책인데, 저 내용만은 아직도 생생하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옥수수빵파랑>도, 작가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담은 책이었다. 그는 책에 후드 달린 트레이닝복, 눈사람, 종이 모형, 하얀 이층 집, 홍대 앞 등 55가지를 썼는데, '자기 것'을 많이 갖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었다.
그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아놔야겠다'라고 생각만 해놓고 시간이 흐르는 사이 잊고 있었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본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의 다음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미뤄왔던 그 일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런 바삭바삭한 햇볕 아래에서 화덕에서 갓 나온 피자를 먹으며 차가운 하와이 맥주를 먹는 것. 인생의 7가지 즐거움 중 하나예요."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나도 내 인생의 즐거움들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김영하 작가처럼 구체적으로. 너무 거창한 걸 생각하다가 도리어 시작도 못한 것 같아서 떠오르는 것이 있을 때 그냥 부담 없이 기록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찾은 내 인생의 즐거움 중 첫 번째는 '바다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며 먹는 어묵 국물'이다. 두 달 전쯤에 가족과 함께 제부도에 갔을 때 먹었던 어묵 국물을 잊지 못하는 탓이다. 제부도 산책길을 찾아갔었는데 코로나 19 확진자가 많이 나올 때라 산책길이 통제되어서 입구에서 어묵이랑 떡꼬치, 옥수수 등 간단한 간식만 먹고 돌아온 적이 있다. 간식들이 모두 맛있었지만(남편은 떡꼬치에 빠졌었다) 압권은 어묵, 정확히는 어묵 국물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호로록 마시는 순간 달큼한 맛이 입안을 감싸면서 따뜻한 온기와 함께 행복감이 몸에 싹 퍼져나갔다.
그러고 보니 일 년 전 호야를 임신했을 때 일출을 보러 속초 영금정에 간 날도 바로 앞에서 파는 어묵과 어묵 국물을 먹으며 감동했던 기억이 있다. 아무래도 겨울과 바다와 어묵 국물은 부정할 수 없는 찰떡궁합인 듯. 어느 겨울에 기분이 우울한 날이 있다면 어묵 국물을 먹으러 바다로 갈 생각이다.
2월 5일부터 30일 동안 매일 글을 발행합니다. (19/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