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샤워 받으며 공원 벤치에서 글쓰기

인생의 즐거움 찾기 2

by 햇살바람

벚꽃이 만개한 4월 초. 황홀한 봄의 절정이다. 미세먼지도 없는 화창한 날이면 주저 없이 집 밖으로 나선다. 이런 날씨에는 충분한 햇빛을 쪼이는 것만으로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된다.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라는 책에서 고미숙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집은 어디까지나 베이스캠프다. 베이스캠프에 오래 머무르면 울적해지거나 화가 치밀게 되어 있다. 기혈이 막히기 때문이다. 인생이라는 활동의 무대는 어디까지나 집 바깥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은 아주 짧아야 한다. (145p)


집돌이인 남편이 들으면 정색할 말이지만, 그리고 나 역시 방에 콕 박혀 있는 걸 좋아할 때도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노트북과 책, 텀블러를 챙겨 에코백에 차곡차곡 담는다. 가방이 제법 묵직하긴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챙겨 집 밖을 나서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몇 번 가보지 않았지만 어느새 맘속 아지트로 자리 잡은 언덕 공원으로 향했다. 낮은 언덕을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곳이다. 항상 앉는 벤치에 가방을 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노트북을 켰다. 공원에서 글을 쓰는 일이 내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안겨 준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


처음 공원을 찾은 것은 2주쯤 전이었다. 원래는 공원에 가려던 게 아니라 카페를 가기 위해 이 언덕 공원을 지나고 있었다. 집을 나올 땐 쌀쌀했던 날씨가 공원에 들어서는 사이 봄 날씨로 바뀌었고, 마침 언덕 중간에 앉아 계신 어르신 한 분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어르신은 벤치에 가만히 앉아 맞은편 숲을 응시하고 계셨는데 자연을 그대로 느끼고 계신 듯한 모습을 보고 나도 공원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두운 카페의 은은한 조명도 좋지만 이런 온화한 날씨에는 공원 벤치만 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커피만 사들고 공원을 다시 찾았다. 그 어르신은 자리를 뜨신 후였다. 나는 마음에 드는 벤치를 골라 시간을 보냈고, 그다음부터 계속 같은 곳을 찾고 있다. 책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글쓰기가 더 집중이 잘 되는 편이라 주로 글을 쓴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심심할 일이 없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 햇살의 온기를 느껴도 좋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멍하니 바라봐도 좋고, 쉬지 않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자연은 지루한 법이 없으니까. 해가 질 때까지 앉아있고 싶은 욕심마저 든다.


오늘 이곳은 벚꽃잎이 우수수 흩날리고 있다. 유치원에서 바깥 놀이를 나온 듯한 아이들이 선생님 인솔 하에 뛰어노는 모습도 보이고,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보이고, 스트레칭하는 어르신도 보인다(처음에 공원에서 뵀던 어르신인 것 같다).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눈이 부시다.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함성 소리가 공원에 맑게 울린다.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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