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휴게소에 들러 가락국수 먹기

인생의 즐거움 찾기 3

by 햇살바람


비슷한 하루하루에 삶이 무료해질 때가 있다. 요즘 내가 그랬다. 육아와 글쓰기가 반복되며 굴러가는 일상에 자꾸 불필요한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충분히 하고 있으면서도 어쩐지 축 처지는 기분의 정체는 지루함이었다. 배부른 소리 같지만 나를 갉아먹는 감정은 좋은 환경의 틈새에서도 자라났다.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왕이면 긴 시간이나 많은 돈이 들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가보지 않은 근처 카페나 독립서점을 가볼까 생각하다가 가까운 휴게소를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휴게소는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좋다. 덕평 휴게소는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남편과 호야와 함께 바람 쐬러 몇 번 다녀오기도 했었다.


오늘은 혼자 다녀오는 것이니 이동 시간이 가장 짧은 죽전 휴게소를 가보기로 했다. 아침에 호야를 등원시키고 바로 죽전 휴게소 쪽으로 차를 몰았다.


10여 분 만에 도착한 죽전휴게소는 여느 휴게소들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어 북적거리는 맛이 덜했다. 그래도 여러 주전부리 가게들이 늘어선 모습을 보니 휴게소 느낌이 나긴 난다. 휴게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트로트 메들리도 한쪽에서 울려 퍼졌다.


'휴게소 하면 가락국수지.'

식당 쪽을 흘깃 들여다보니 직원 외엔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식당을 보니 마음이 동하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아침을 먹은 지 얼마 안 되기도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호두과자 한 봉지만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휴게소에 머문 시간은 10분도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뭘 한 건가 싶기도 하다. 식탁에 올려놓은 호두과자를 바라보는데 그제야 조금이나마 내 주위의 탁한 공기가 맑은 공기로 바뀐 기분이 들었다.


잠깐이라도 낯선 곳에서 바람을 쐬는 일은 반복되는 일상에 갇혀 놓치고 있던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VMS 홈페이지에 들어가 집 근처에서 매주 한 번 짧게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삶의 균형이 조금 맞춰지면서 부채감이 덜어진 기분이 들었다. 애초에 느꼈던 지루함도 사실은 삶을 돌아보라는 신호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휴게소에서 가락국수를 못 먹은 것이 못내 아쉽다. 다음에는 꼭 챙겨 먹어야겠다.


('가락국수'는 '우동'이다. '우동'라고 썼었는데 맞춤법 검사에서 '가락국수'라고 바꾸라기에 왜 그런가 봤더니 '우동'이 일본어라서 그런 듯하다. 가락국수라고 하면 우동의 통통한 면발의 느낌이 잘 살지 않는 것 같아 어쩐지 찜찜하지만 일본어를 쓰고 싶지 않아 가락국수라고 고쳤다. 앞으로도 기억했다가 가락국수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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