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족인가 자기 발전인가
아침부터 쓸데없는 생각
밤 11시 30분. 3시간 동안 쓴 글의 발행 버튼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한마디가 툭 튀어나왔다.
"돈도 안 되는 걸 왜 이렇게 열심히 하나 몰라."
남편은 맞은편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내 글쓰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다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앉아있는 자세는 곧 앞으로 고꾸라질 듯하고 얼굴에는 피곤의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퀭한 눈으로 나를 흘깃 보더니 다시 핸드폰으로 눈길을 돌리며 한마디 한다.
"자기만족이지 뭐."
남편의 말에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져 입을 삐죽 내밀고 정정요구를 했다.
"자기 발전이라고 해줄래?"
"... 그것도 맞지."
남편은 잠깐 생각하더니 곧 수긍했다.
자기만족이라는 말에 왜 기분이 상했던 걸까? 내 글에 만족하는 게 나뿐이라는 말처럼 들려서 그랬나 보다(도둑이 제 발 저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자기도취까지 가지만 않는다면, 스스로를 흡족하게 여기는 게 잘못은 아니다.
읽는 사람을 의식하는 글쓰기도 해야 하지만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쓰지 않는다면(자기만족이 없는 글쓰기라면) 그것이 또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가 원하는 걸 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어차피 자기 계발을 통해 도달하는 곳도 결국 자기만족이다. 자기만족과 자기 발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든, 자기 발전을 위안으로 삼는 자기만족의 글쓰기를 하든 상관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