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공무원 임용식 날 남편을 처음 만났다. 임용식을 할 때 옆 옆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사회복지직 동기였다.
"몇 살이에요?"
가볍게 인사를 나누다가 남편이 물었다.
"35살이요."
내가 나이를 말하면 열에 아홉은 놀라는데(동안이라는 은근한 자랑. 그럼 뭐하나. 출산 앞에 장사 없었다. 아기를 낳고 폭삭 늙었다), 남편은 이제껏 그 누구보다 가장 숨김없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기와 비슷한 또래인 줄 알았다고 했다. 남편은 그때 27살이었다.
마침 둘 다 시청으로 발령이 나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퇴근길 짝꿍이 됐다. 이후에 영화 몇 편을 같이 보고, 손을 잡을랑 말랑 하다가, 다음 해 1월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1월에 사귄 우리는, 5월에 임신 사실을 알고, 7월에 결혼을 했다. 남편의 아버지는 결혼을 강하게 반대하다 앓아누웠고, 남편은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추진하느라 몸에 두드러기가 났다. 우리 집에서는 결혼 날짜를 잡은 같은 달에 남동생 결혼식이 전부터 예정되어 있어서, 상처를 받은 남동생이 집을 나가버렸다. 동생이 집을 나가자 이번엔 엄마가 앓아누웠다. 나는 양쪽 집에 아주 몹쓸 사람이 됐다. 남편과 나는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라, 결혼 후 남편이 일 년 반 동안 처가살이를 했다. 그해 12월에 호야가 태어났다.
여러 가지 일들과 육아까지 겹쳐 최근 2년은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하다. 아직 복구되지 못한 채 무너져 있는 집이 여러 채 있지만, 파도는 잠잠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내 3년 차, 엄마 3년 차가 됐다. 남편과는 8살 나이 차이가 무색할 만큼 매일 사소한 일로 투닥거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와 다른 남편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나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아싸 기질인 반면 남편은 타고난 인싸 체질이다. 사람을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집돌이에 잠돌이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나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가길 좋아한다. 집에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남편과, 밖에서 혼자 노는 아내.
식습관도 다르다. 남편은 피자나 치킨을 좋아하고 한식은 거의 먹지 않는다. 나는 한식을 좋아하고 피자나 치킨은 가끔 좋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매 끼니마다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성격은 또 어찌나 다른지. 내가 감성적이고 욱하는 성격이라면, 남편은 논리적이고 느긋한 성격이다. 내가 소심한 얌체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둥글고 넓은 마음을 가졌다. 인정하긴 싫지만.
나와 다른 남편을 보면서 '이렇게 나와 다른 사람이 있구나' 새삼 느낀다. 남편을 관찰하면서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되고,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사실 남편에게 많이 배우는 편이다. 이것도 인정하긴 싫지만.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둘 다 짠돌이 짠순이에다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고 병적으로 거짓말을 싫어한다는 것.
"언젠가는 네 관찰일기를 써야 할 것 같아."
(내 입장에서는) 항상 신기한 남편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을 이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