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을 쓰려고 앉았다. 브런치에 로그인을 하고 잠시 멍 때린다. 원래 쓰려고 했던 글을 쓰지 못하고 작가의 서랍에 들어왔다. 작가의 서랍이 이젠 제법 묵직하다. 세어보니 70개의 글감이 들어있다.
글을 쓸 때 한글문서 등의 파일에 먼저 쓰지 않고 브런치에 들어와 바로 글쓰기를 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노트북에 한글문서가 없기도 했고 작가 신청을 할 때부터 브런치에 바로 쓰기 시작했던 게 습관이 됐다. 글을 쓰고 싶을 땐 브런치에서 글쓰기부터 누른다. 그러다 보니 발행까지 가지 못하고 작가의 서랍에 쌓인 글도 많아졌다. 어떤 건 제목만 적어놓거나 단어만 적어놓은 것도 있다. 아니 사실 그런 게 대부분이다(이 글도 제목만 적어놨었다).
언젠간 쓰겠지 하고 쌓인 게 70개라니. 이제는 너무 무겁다.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 될 것 같다.
스스로 작가의 서랍에서 발행으로 넘어가는 문턱이 다른 작가님들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문턱을 좀 더 낮추고 싶어졌다. 그래야 작가의 서랍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 것 같다. 용기를 내서 한 글자라도 더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 문턱이라는 것도 사실 대단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었고 대체로 글의 길이가 문제였다. '이 글감으로는 A4 한 장 분량도 안 나올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면 글을 이어서 쓸 수가 없었다.
70개나 쌓였다면 이제는 무시하지만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글이라고 해서 빛을 보지 말란 법이 어딨는가. 말도 길게 못 하면서 글을 길게 쓰려고 한 것부터 문제였는지 모른다. 무엇이 됐든 지금으로썬 쓰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보면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를 옭아맸다. 나를 움츠리게 하는 내 생각을 걷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