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후 비빔면

인생의 즐거움 찾기 6

by 햇살바람


'일주일에 3일 달리기' 2주 차. 아직은 무난하게 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2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변화도 있다. 얼굴이 눈에 띄게 갸름해졌고 많이 먹어도 전만큼 체중이 늘지 않는다. 변화가 보이니 운동이 더 재미있다. 뛰는 거리보다 걷는 거리가 더 길더라도 즐거운 선에서만 뛰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칠 때는 걷고 뛰고 싶을 때 다시 뛴다. 그렇게 쉬엄쉬엄해도 땀이 비 오듯 한다.


오늘처럼 적당히 구름이 낀 날은 고민 없이 무조건 레깅스부터 입는다. 달리지 않으면 손해다. 집 앞 저수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개울가에서 여름 풀 냄새가 훅 끼쳤다. 잠시 마스크를 벗고 눅진한 풀 내음을 들이마셨다.


뛰면서 땀이 나고 찝찝해지는 순간이 좋다. 하루 종일 더운 길 위를 걷던 산티아고 길 생각도 난다. 달리기를 하면 짧은 시간에 그곳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다.


3km가 조금 넘는 저수지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오는 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오늘은 비빔면을 먹을 생각에 잔뜩 행복감을 느끼며 집에 도착했다. 달리기를 하면 왜 그렇게 비빔면이 당기는지 모르겠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에어컨을 켜고 인덕션에 물을 올린 후 샤워를 하고 나오면 시원한 집과 팔팔 끓는 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면을 넣고 익기를 기다리는 사이 오이 한 개를 꺼내 감자깔로 슥슥 깎았다. 깎는 동안 반 정도는 입에 들어간다. 아삭아삭한 식감이 남아있던 자잘한 더위마저 모조리 쫓아버렸다.


드디어 소스까지 부어서 막 먹으려는데 아차, 달걀이 빠졌다. 달걀 빠진 비빔면은 상상할 수 없지. 절제력을 발휘해 젓가락을 내려놓고 부랴부랴 달걀 삶을 물을 다시 올렸다. 달걀 두 개를 강불로 삶았지만 마음이 급했는지 결국 익지도 않은 달걀을 까고 말았다. 껍데기를 까면서 노른자를 호록 마셨다.


그다음엔 뭐 순식간이다. 정신을 차려보면 마지막 남아있는 찌꺼기 면을 주워 먹고 있다. 다 먹고도 아쉬움에 쩝쩝 입맛을 다신다. 달리기 후엔 비빔면이 최고다. 비빔면과 오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쟁여 놓는 이유다.


오이 반 비빔면 반.
달리기 2주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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