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도서관이 좋다

인생의 즐거움 찾기 7

by 햇살바람


6월 초, <정신과 의사의 서재>를 읽으면서 도서관을 더 좋아하게 됐다. 저자가 도서관에 대해 언급한 다음 부분 때문이다.


도서관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엇이든 하고 싶어 진다. 잡념이 들기보다 목적의식이 있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종의 조건 학습이 일어난 셈이다.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언제든 찾아갈 성소를 만들어두는 것은 내 마음의 안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식처가 있을 것이다. 지금 내게 도서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만일 그런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만들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느 공간이든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39~40p)


도서관이 마음의 안식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도서관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건 맞다. 무수한 별들 사이를 떠도는 먼지 하나가 된 기분이 들어서다(이제부터 마음의 안식처인 걸로). 대자연을 마주할 때 느끼는 묘한 안도감과 비슷한 것 같다. 아등바등해봤자 고작 나풀거리는 먼지 하나에 불과하구나 생각하면 비우지 못한 마음의 짐들도 훌훌 털어지는 것 같다. 서점도 좋아하지만 도서관에 비해 소란스럽고 다 새책이라 만질 때 조심스럽다는 점에서 도서관이 좀 더 편하다.


그동안은 도서관에 가도 대출이나 반납만 하고 돌아올 뿐 그곳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일은 드물었다. 안 그래도 올해 읽은 책이 아직 20권밖에 되지 않아서 심각한 자기반성 중이었기 때문에 도서관에 좀 진득하니 앉아서 책을 읽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전 같으면 일 년에 20권만 읽어도 스스로에게 박수를 쳐줄 정도는 아니라도 반성까지 하진 않았을 텐데 지금은 호야가 어린이집에 가있는 동안 개인 시간이 넉넉한 데도 독서량이 늘지 않아 마음이 무거웠다. 내 시간이 늘어나도 독서에 할애한 시간은 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복직 전에 50권은 읽어야지 정해놓은 목표가 자꾸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를 후려 팼다.


그래서 도서관에 가기 시작한 지 2주가 됐다. 호야를 등원시킨 후에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도서관에 간다. 자료실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냐 열람실에서 보낼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첫날에는 열람실 자리를 배정받아 들어갔다. 자료실에서 고른 책 몇 권을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만큼 너무 좋았다. 3일째 간 날에는 사물함까지 신청했다. 책 몇 권과 편한 반바지 한 벌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도서관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게 그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다. 사물함을 신청한 돈(보증금 제외하고 한 달에 7000원)이 아까워서라도 하루에 한 번씩 사물함을 여닫기 위해 도서관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내가 가는 도서관에서는 코로나 방역 소독을 12시와 오후 4시, 두 번에 걸쳐 30분씩 하고 있다. 그때 도서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퇴실을 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12시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됐다. 평일은 하루도 안 빠지고 갔고 휴관일에는 근처 카페를 갔다.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서 자꾸 찾게 된다. 아예 일정이 그렇게 잡혀버리니 확실히 독서량도 전보다 늘었다. 2주 동안 5권을 읽었다. 예전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책에 집중하고 싶을 때는 열람실을 가고 노트북도 사용하고 싶을 땐 자료실을 찾는다. 노트북실은 경쟁이 치열하다. 한 번은 오전 9시 반에 대기 1번을 걸어놨는데 저녁 6시 반에 배정이 가능하다는 문자가 왔다. 그날만 그런 게 아니라 이후에도 두 번이나 그랬다(심지어 주말에도...). 지금은 노트북실은 아예 마음을 비웠다.


그러다 오늘 디지털 자료실이라는 곳을 알게 됐다(이건 도서관 탐방기인가). 자료실 옆에 붙어있어 항상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안에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자리의 2/3 정도는 pc가 마련돼 있고 1/3은 노트북을 가져와 이용할 수 있는 자리다(의자도 바퀴 달린 폭신한 의자다). 이곳을 왜 이제야 알았지... 12시 퇴실 직전에 발견한 그곳에 홀딱 반해 오늘은 점심 먹고 도서관을 다시 찾았다. 결국 호야 하원 때까지 집에 못 가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만족도는, 최상이다.


도서관의 조용함이 좋다. 조용함 속에서 가끔씩 들리는 작은 소음이 좋다. 도서관에서 내가 하는 일은 세 가지뿐이다. 책 읽기와 글쓰기와 다이어리 정리. 그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서 좋다.


오늘 처음 간 디지털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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