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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Aug 08. 2021

브런치에 글을 못 썼던 이유


무려 한 달 하고도 2주 만에 쓰는 글이다.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닌 것도 같지만 막상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어엄청 어색하다(버벅버벅). 전에 글을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겠고. 작년 5월에 브런치를 시작하고 이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은 건 처음인 것 같다. 혹시 글을 못 쓰는 동안 구독 취소하는 분이 있을까 봐 내심 불안했는데 그런 분은 안 계셔서 다행이다(떠나지 않아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앞으로도 떠나시면 안 돼요ㅠㅠ 구걸모드 굽신굽신).


나름 그동안 글을 못썼던 이유가 있었다(안 쓴 게 아니라 못 쓴 거라고 주장하고 싶다). 제일 큰 이유는 어느 날 남편이 게 한 말 때문이었다.

"내 지인이 네 브런치 보고 있으니까 쓸 때 조심해."

남편은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한 말이었을 텐데("너무 내 욕 쓰지 마" 같은...) 이상하게 그때부터 글을 쓸 수 없었다. 금방 다시 쓰겠지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내 지인 중에서 내 글을 읽는 사람은 아주 소수이고, 그마저도 라이킷을 누른다거나 글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던가 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솔직히 내가 강요해서 남편이 누르는 라이킷이 전부다), 그동안 '나를 아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있다'는 의식을 하면서 글을 써본 적이 없다. '조심해서 쓰는 글'이 어떤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주춤거리는 사이 브런치 글쓰기를 미루게 되는 다른 핑곗거리도 생겼다. 준비하고 있던 독립출판을 복직 전에는 끝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독서도 복직 전에 최대한 많이 해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우선순위가

1. 독립출판 마무리 2. 복직 전에 올해 책 50권 읽어 놓기 3. 브런치 글쓰기

가 되면서 브런치 글쓰기까지는 도저히 순서가 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드디어 독립출판 원고의 다섯 번째 퇴고를 마치고 부크크에 출판 승인 요청을 했다. 오래 공들인 작업이 끝나가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내 글을 나 외의 다른 사람이 확인해 주지 않는다'는 게 독립출판의 가장 큰 고충인 줄 알았는데, '표지 디자인'이라는 큰 산이 있다는 걸 마지막에 알게 됐다. 직접 만들 엄두는 안 나고, 유료 표지를 살 만큼 여유롭진 않아서(무급휴직이 5개월째다ㅜㅜ) 무료 표지를 선택했는데, 그게 계속 속상하다. 내 자식에게 찢어진 옷을 입힌 것처럼 내 글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거기다 출판 요청에 승인이 날지 안 날지도 모르는 상황(승인이 안 나면 어떡하지... 거기까진 생각하고 싶지 않다). 독립출판은 생각보다 외로운 여정이다.


아무튼 그렇게 원고 정리를 다 하고 브런치에 다시 오게 됐다. '조심해서 쓰는 글'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안 쓸 수는 없으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해야 될 것 같다(그런데 지금 은근히 '조심해서' 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뭐라도) 글을 쓰니까 좋다. 독립출판 때문에 속상했던 마음도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다. 그동안 못 읽었던 작가님들의 글도 읽고, 전처럼 다시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 지금으로썬 글만 계속 쓸 수 있다면 뭐든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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