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도전 '100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18일째,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어제저녁 호야는 비교적 순탄하게 잠이 들었다. 잠투정이 길지 않아 잠시 안아주고 눕히니까 편한 자세를 찾아 뒤척이며 잠들 준비를 했다. 10분 안에 잠들 각이었다. 나는 평상시처럼 호야 옆에 누워서 호야가 잠들기를 기다렸다.
'오 좋다. 조금만 기다리면 글을 쓸 수 있겠군.'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눈을 잠깐 감았다 떴는데... 맙소사 다음날 아침이었다. 아침햇살이 "안녕 실패자야" 하며 내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얼얼했다.
이렇게 빨리 실패할 줄은 몰랐다. 저번 '30일 글쓰기' 때는 첫날부터 막막했던 데 비해 이번에는 (글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글이 술술 써졌다.
'저번에 30일 하는 동안 글쓰기 근육이 제법 붙었나 보네, 훗.'
시작은 여유로웠다. '아 뭘 쓰지'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한 건 2주가 됐을 무렵이었다. 머리는 한 움큼 뜯겼는데 100일은 아직 까마득했다. 그렇게 며칠을 버티다 결국 펑크가 나고 말았다. 한 번에 완주할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조금 기대하긴 했다) 반은 커녕 반의반도 못 가서 넘어질 줄이야... 복직 예정일인 9월 3일 전에 멋진 마침표를 하나 찍고 싶었는데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가 되고 말았다.
나에게만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100일 글쓰기...(집요함 장착). 영영 성공 못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실패자에서 다시 도전자가 됐으니 그걸로 만족이다(이 정도로 쉽게 만족하는 성격일 줄이야...). 방금 읽은 책 <나를 바꿀 수 있는 작은 습관 27>에서 저자가 한 마지막 말에 힘을 얻어본다.
"계속하면 힘이 됩니다."
한 가지든 두 가지든 자신이 믿는 것을 꾸준히 하면 분명 뭔가 바뀌게 되고, 반드시 그 사람의 자신감이 된단다. 암요, 그럼 더욱 계속해야죠.
(앞으로 있을 무수한 재실패와 재도전은 되도록 혼자 간직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