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육아 원칙 정하기

생후 7개월 때의 기록 (육아서를 대하는 나의 자세)

by 햇살바람

다른 사람들은 보통 임신기간에 육아서를 읽으며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곤 하는데 나는 아기가 태어나고서야 부랴부랴 몇 권의 육아서를 읽었다. (출산 전에는 육아랑 상관없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출산하면 못 읽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 출산 가방도 산부인과 가기 전에 쌌던 걸 보면 뭐든 닥쳐야 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출산 5일 후부터, 유축이나 좌욕을 하는 시간에 육아서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한두권 정도는 출산 전에 미리 좀 읽어둘 걸. 물론 육아는 실전이라 육아서를 읽어봤자 현실적인 도움은 별로 안 된다고들 한다(아기가 신생아일 때는 나도 책보다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막상 출산 전에 육아서를 안 읽은 사람으로서 그래도 수유 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미리 읽어두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다. 엄마는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육아 전문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정말 준비되지 않은 엄마였다.


출산 후 한두 달 동안 쫓기듯이 육아서를 읽었다. 갑자기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내게 육아서는 많은 걸 알려줬고 얕은 지식이나마 조금쯤은 엄마 구실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몇 권 안 되지만 참고가 될까 싶어 남겨본다.


< 내가 읽은 육아서 >
- 최강의 육아 (추천)
- 프랑스 아이처럼 (추천)
- 똑게 육아 (추천)
- 똑똑똑! 핀란드 육아
- 외동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추천)

< 읽고 있는 육아서 > (아기 발달에 맞춰 조금씩 읽고 있는 책들)
- 엄마, 나는 자라고 있어요 (추천)
- 0~5세 말 걸기 육아의 힘
- 아기 발달 백과



하지만 동시에 읽을수록 불안감도 생겼다. 내가 모르는 내용들이 얼마나 더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면 초조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했다. 육아서를 읽느라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을 자꾸 밀쳐두게 되는 것도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리고 육아서는 겹치는 내용들도 제법 있었다. 행복한 부모가 먼저 되라던가 아이와 함께 집안일을 하라던가 하는 말들은 단골 멘트였다. 그만큼 중요하단 뜻일 것이다.


육아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엉킨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이것저것 열심히 메모해놓긴 했지만 그것들을 내가 얼마나 들여다보게 될까? 제대로 기억하는 게 얼마나 될까? 혹시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진 않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그러다 문득, 내가 읽은 책이 몇 권 안돼도 그것만 제대로 숙지하고 실천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에도 정말 많은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서를 읽으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 실천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메모해놓은 것들을 번갈아 보며 겹치는 내용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산발적인 내용들은 우선순위를 가려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들만 남겼다. 그렇게 나만의 육아 원칙 10가지를 만들었다. (10가지 중에는 아직 아기라서 하지 못하는 것들도 많다.)


< 나만의 육아 원칙 10가지 >

1. 행복한 엄마가 될 것.
2.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줄 것.
3. 밥은 식탁에서, 잠은 침대에서.
4. 식사 시간, 취침 시간을 지킬 것.
5. 집안일에 아이를 참여시킬 것. (예정)
6. 노력을 칭찬할 것. 재능은 칭찬하지 않을 것. (예정)
7. 하루 10분 책 읽어주고 함께 대화할 것. (예정)
8. 아이의 감정을 입 밖으로 표현하도록 할 것. (예정)
9. 아이의 자유시간을 확보할 것. (지루함이 학습과 창의력을 만든다)
10. 산책 등을 통해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칠 것.



앞으로 계속 수정할 요령으로 부담 없이 러프하게 정했다. 정리하고 나니 머릿속이 한결 맑아진 기분이었다. 육아서를 읽지 않아도 전처럼 초조해지지 않았다. 덕분에(?) 육아서를 읽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위의 10가지를 실천하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육아서에는 배울 점들이 많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것들을 다 하려는 건 미련한 짓이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만 가져오면 된다고. 거기 있는 내용들 몇 가지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오히려 다 하려고 전전긍긍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걸 놓칠 수도 있다.


내가 정한 육아 원칙을 중심에 두고 육아서는 이제 참고만 하기로 했다. 양육자로서 매일 육아를 해내고 있으니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몇 년 전 tv에서 어느 중년 여성이 (이름도 생각이 안 난다) 강의를 마치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물었다.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냐고. 그러자 그 여성이 대답했다.


"자녀와 대화를 많이 하세요."


결혼할 생각도 없을 때였는데 그 말이 머리에 꽂혔다. 처음엔 싱거운 답변 같았는데 생각할수록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소통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동시에 '부모의 그릇만큼 아이가 자란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대화를 자주 하는 행위는 아이를 향한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므로 필요한 일이지만 대화의 내용 또한 못지않게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에게 배울 점이 없다면 자녀 교육이 다 무슨 소용일까.


저 말을 새삼 기억해 두기로 했다. 기억해두고 싶은 메시지는 간단하다. 나부터 자녀에게 원하는 모습을 갖추고 있을 것(적어도 나에게 없는 모습을 자녀에게 바라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 자녀에게 충분한 관심과 사랑을 줄 것. 아무래도 육아 원칙뿐 아니라 내 삶의 원칙도 한번 정해봐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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