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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29. 2021

함께 쓰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이제 브런치 작가 2년 차, 정확히는 564일이 됐다고 한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날짜는 또렷이 기억해도, 지나온  돌아볼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얼마 전 브런치팀에서 보내준 결산 리포트를 보고 그동안의 시간들을 새삼 실감했다. 처음에는 라이킷이 상위 1%라는 사실에 놀랐다가, 그다음에는 조회수에 비해서 구독자수가 적은 것 같아 실망도 했다가, 마지막에는 564일 동안 198개의 글을 발행했다는 데 눈길이 갔다. 이러니 저러니 글을 쓰며 우는 소리를 해도 3일에 한 번 꼴로 꾸준히 글을 써왔다는 뜻이니까. ‘비틀거릴지언정 걷고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브런치를 시작하고 좋은 점이 많았다. 글을 꾸준히 쓸 수 있게 하는 장치로서의 역할도 훌륭했지만, 글쓰기를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았다. 브런치에서 만난 작가님들의 응원격려는 글을 계속 쓰게 하는 동력이 된다. 너무 감사한 존재이지만 때로는 마음속으로 혼자 진검승부를 벌이기도 다.

챙챙챙챙!

칼로 벌이는 결투는 아니어도,  귀에는 격렬히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는 주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쪽이다. 잘 쓴 글 앞에서 절망하며,

'... 난 안돼. 난 틀렸어.' 

생각할 때가 많다. 내게 힘을 주는 글벗이, 나를 성장시키는 라이벌이 되기도 하는 셈이다. 글을 잘 쓰는 작가님들을 보며 알게 모르게 많은 자극을 받는다.


 그런 브런치 작가님 다섯 분과 글쓰기 모임을 가질 수 있었던 한 주였다. 몇 년째 글쓰기 모임을 운영하고 계신 사이의 글 작가님이 이번에 브런치 작가들로 모임을 꾸리셨는데, 거기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사이의 글님 글을 애독해온 독자로서, 사이의 글님이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꼭 한번 참가해보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모임은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 그중 평일에는 카톡으로 매일 글쓰기 인증 사진을 올렸다. 나는 (대학생 때를 제외하고) 글쓰기 모임 처음인 데다 사이의 글님 외에는 모두 초면이어서 처음 며칠은 얼떨떨하게 보냈다. 잘 써야 될 것 같은 마음이 앞서 더 안 써지는 날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이고 개인적인 내 문제일 뿐, 모임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쓴 글을 서로 나누는 동안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고, 전에는 부담이 컸던 '매일 글쓰기'가 모임을 하는 동안에는 기분 좋은 긴장감이 되었다.


주말에는 아침 일찍 화상 모임으로 만났. 평일 동안 서로의 글을 나눠서인지, 첫 만남인데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각자의 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2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전체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말을 잘 못하는 나도 편하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글쓰기를 위한 시간을 함께 보낸 건 내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모임을 한 기간은 일주일밖에 되지 않는데, 그사이 익숙해진 건지 월요일부터 너무 허전하다. 같이 모임을 하긴 했던 건가,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함께면,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글쓰기 모임이 기다려진다.



내가 올렸던 인증사진들...ㅎㅎ
즐거웠던 화상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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