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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Nov 26. 2021

망한 하루


밤 10시 반. 호야가 잠든 후 글을 쓰려고 거실에 나와 앉았다.

째깍째깍.

집에 시계가 없으니 초침 소리가 들리진 않지만 마음속에서 시간이 분주하게 흘러간다. 새하얀 화면을 띄워놓고 눈싸움만 하고 있다. 10분, 20분이 흘러 1시간 가까이 그러고 앉아있으니 패배감이 밀려온다.

아니, 도대체 글을 쓸 게 그렇게 없다는 거야?

내 인생이, 내 하루가, 내 생각이 이렇게 아무 특징도, 색깔도 없다는 거야?

1시간만 지난 게 아니다. 저녁 6시에 퇴근을 한 뒤로 줄곧,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밥을 먹는 동안, 호야랑 놀고 호야를 재우는 동안 내내 무엇을 쓸지 고민했지만 이렇다 할 것을 생각해내지 못했다.

오늘은 망한 하루다.


사실 이렇게 망한 하루가 꽤 많다. 왜 아니겠는가. 글을 쓰고 싶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으니 글을 올리지 못한 날은 모두 망한 날이었다. 망한 하루가 안타까워서 하루쯤은 이런 글을 썼다. 하루라도 덜 망하고 싶어서. 하루라도 더 기억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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