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브런치홈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슥 들어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와 글 잘 쓴다.'
감탄하며 홀리듯 그 작가의 브런치로 들어갔다. 브런치에 글 잘 쓰는 사람이야 많지만, 그중에서도 내 취향에 맞는 글을 찾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을 찾을 때면 그래서 더 반갑다. 그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그 작가의 브런치에 들어간 나는, 순간 멈칫했다. 그 작가의 관심작가가 0명이었기 때문이다. 그 작가가 다른 작가를 구독하고 말고는 그 사람 마음이지만,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않는 작가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물론 다른 방식으로 훨씬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을 수도 있지만). 나는 용수철처럼 그 브런치에서 튕겨져나왔다. 지금은 그 작가가 누구였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유독 브런치에서는 짝사랑을 피하게 된다. 처음에는 글이 좋다고 느끼면 바로 구독을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 작가도 나를 구독해주면 다행인데, 짝사랑이 길어지면 얼마 안 있어 부작용이 나타났다. 브런치는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에세이이다 보니, 누군가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사람을 조금씩 더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될 수밖에 없다(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그러니 나는 그 작가가 점점 더 좋아지는데, 그 작가는 내게 관심이 없는(내 글을 하나도 읽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면, 감정이 소모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 글이 싫은가? 내가 싫은가???'
하며 혼자 땅을 파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짝사랑을 다 정리하고, 아무리 좋은 글이라고 느껴도 내 감정이 소모된다면 차라리 읽지 않는 쪽을 택하게 됐다.
반대로 나를 구독해주는 작가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구독한다(그렇지 못한 경우도 몇 번 있었지만...). 처음에는 그 사람의 글을 몇 개 읽어본 뒤 구독 여부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곧장 맞구독을 한다. 행여나 내가 느꼈던 기분을 상대방이 느끼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구독할지 말지 결정하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선구독과 담을 쌓은 지 꽤 됐다. 어쩐지 찌질하고 폐쇄적으로 보이지만, 그런 방식을 취한 뒤부터는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앓이할 일도, 초조하게 기다릴 일도 없다.
작가마다 자신만의 구독 방식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작가를 한 명도 구독하지 않는 사람, 좋으면 그냥 구독하는 사람(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부럽다), 까다롭게 선별하는 사람 등.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브런치 바다를 유영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