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목표에 2/10만큼 왔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줄곧 내가 가진 목표는 1000개의 글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일단 글 1000개부터 쌓아보자고 생각했다. 1000개의 글이 쌓인다고 뭐가 어떻게 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글은 써야 비로소 어떤 출발선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1000번째 글은 내게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지인 셈이다. 그 정도는 써야
‘그래도 글을 쓰겠다고 최소한의 노력은 했네.’
하고 스스로를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글 100개를 발행할 때마다 그때의 마음을 기록해놓기로 했다.
200개의 글을 발행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이대로면 1000번째 글은 6년 뒤가 되지 않을까? 올해 봄에 100번째 글을 발행할 때 썼던 글을 다시 보니 당시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었고, 글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 마음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글쓰기에 진심이고, 올바르고 간결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요즘은 책을 읽을 때 단순히 독자로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이렇게 쓰는구나. 나도 한번 이렇게 써볼까.'
하고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다.
100번째 글에서 200번째 글로 넘어오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역시 산티아고 길 순례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일이 아닐까 싶다. 복직하기 전,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읽거나 쓰는 데 보냈다. 도서관이나 카페, 내 방에 틀어박혀 그동안 브런치에 올렸던 산티아고 글을 여러 번 고쳤다. 따스한 봄에서 후덥지근한 여름이 될 때까지. 가끔은
'이 소중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좀 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몇 시간을 줄곧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는 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느 몰입하고 열중했던 날들처럼 그 시간도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8월에 <내 마음에 박힌 별, 산티아고>를 독립출판 했다.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된 계기가 산티아고 글을 쓸 공간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그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서 기뻤다. 혼자서 작업하느라 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책 한 권이 탄생하는 데 글의 내용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또 책에 담기는 글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글을 쓴 사람에게서만 나온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절절히 느끼기도 했다.
200번째 글을 쓰는 지금은, 솔직히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 잘 모르겠다. 분명 한참 걸은 것 같은데, 발전을 하고 있는 건지 퇴보를 하고 있는 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 것뿐이다. 그리고 계속 걷는 것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이 일을 기어이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괴로울 때도 많지만 글쓰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충만함이나 희열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글쓰기를 모르던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