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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Dec 05. 2021

200번째 글 발행

첫 번째 목표에 2/10만큼 왔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줄곧 내가 가진 목표는 1000개의 글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이것저것 재지 말고 일단 글 1000개부터 쌓아보자고 생각했다. 1000개의 글이 쌓인다고 뭐가 어떻게 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의 글은 써야 비로소 어떤 출발선에 당당히 설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까 1000번째 글은 내게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지인 셈이다. 그 정도는 써야

‘그래도 글을 쓰겠다고 최소한의 노력은 했네.’

하고 스스로를 인정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글 100개를 발행할 때마다 그때의 마음을 기록해놓기로 했다.


200개의 글을 발행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이대로면 1000번째 글은 6년 뒤가 되지 않을까? 올해 봄에 100번째 글을 발행할 때 썼던 글을 다시 보니 당시 마음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가 글쓰기에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됐었고, 글쓰기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 마음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여전히 글쓰기에 진심이고, 올바르고 간결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 요즘은 책을 읽을 때 단순히 독자로서가 아니라

'이 사람은 이렇게 쓰는구나. 나도 한번 이렇게 써볼까.'

하고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게 됐다.


100번째 글에서 200번째 글로 넘어오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역시 산티아고 길 순례기를 한 권의 책으로 엮은 일이 아닐까 싶다. 복직하기 전, 아기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읽거나 쓰는 데 보냈다. 도서관이나 카페, 내 방에 틀어박혀 그동안 브런치에 올렸던 산티아고 글을 여러 번 고쳤다. 따스한 봄에서 후덥지근한 여름이 될 때까지. 가끔은

'이 소중한 시간에 할 수 있는 좀 더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매일 몇 시간을 줄곧 어딘가에 틀어박혀 있는 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여느 몰입하고 열중했던 날들처럼 그 시간도 반짝이는 기억으로 남았다.  


그렇게 8월에 <내 마음에 박힌 별, 산티아고>를 독립출판 했다.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된 계기가 산티아고 글을 쓸 공간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그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서 기뻤다. 혼자서 작업하느라 외롭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다. 책 한 권이 탄생하는 데 글의 내용 외에도 신경 쓸 것이 많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또 책에 담기는 글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글을 쓴 사람에게서만 나온다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절절히 느끼기도 했다.


200번째 글을 쓰는 지금은, 솔직히 내가 어디쯤 서있는지  모르겠다. 분명 한참 걸은  같은데, 발전을 하고 있는 건지 퇴보를 하고 있는 건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내가   있는  발전하고 있다고 믿는 것뿐이다. 그리고 계속 걷는 것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기어이 하는 이유는 글쓰기가 괴로울 때도 많지만 글쓰기를 통해 느낄  있는 충만함이나 희열을 놓칠  없기 때문이다. 을 쓰면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글쓰기를 모르던 때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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