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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살바람 Apr 02. 2022

오디오북과 글쓰기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한 지 9개월이 됐다. 9개월을 꾸준히 들은 건 아니고 중간에 세 달 정도는 안 들은 적이 있다. 책을 읽지 않고 듣는 행위가 영 낯설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은 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듣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중간에 내용을 놓치는 때가 많았다. 책이랑 달리, 속도나 흐름을 내가 정할 수 없는 것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여러모로 종이책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3개월 동안 이용했던 무료 듣기가 끝난 후 결제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희한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해졌다. 특히 출퇴근길이. 팟캐스트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무렵에도 책을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아쉬운 대로 오디오북이라도 들어야 살 것 같았다. 결국 오디오북을 다시 듣기 시작했다. 종이책처럼 책이 내게 스며드는(?) 느낌은 적지만, 가끔씩 나를 건드리는 문장을 만날 때는 오디오북을 듣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그동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들을 때인 것 같다. 지금 듣고 있는 <대통령의 글쓰기> 그랬다. 책이 처음 나올 때부터 '읽어야지' 해놓고 이제야 오디오북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어쩜 이렇게 유쾌하고 재밌는지, 끅끅 웃으면서 출퇴근 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그러다 뼈 때리는 문장을 만났다.


목숨 걸면 누구나 잘 쓸 수 있다. 글 쓰는 데 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느냐고? 그래서 못쓰는 것이다.



와... 머리에 무언가 쿵 떨어진 것 같았다. 깔짝대며 글을 쓰는 스스로를 직면하게 해 준 말이었다.


물론 목숨 걸고 쓴다는 게 어떤 건지 난 모른다. 그럴 용기도 아직 없다. 그래도 최소한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는 노력은 해보고 싶어졌다. 그 시작이, 그동안 미루고 실패하기를 반복한 '100일 글쓰기'였다.


오늘은 100일 글쓰기의 7일째 되는 날이다. 7일 동안 거의 모든 자투리 시간을 쥐어짜서 글을 썼다. 앞으로 93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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