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104일째 날이다. 모든 날을 미라클 모닝에 성공한 건 아니다. 사실 반도 성공하지 못했다. 일이 많고 몸이 안 좋아 힘들 때는 미라클 모닝은커녕 일상을 유지하기도 버거웠다. 그때는 새벽 기상을 한 달에 3번밖에 못하기도 했다. 104일 동안 정확히 49일 새벽 기상을 했다. 그 49일도 목표인 4시대가 아니라 6시가 훌쩍 지나일어난 것도 포함이라 알찬 새벽시간을 보낸 날은 그보다 더 적다. 지지부진해 보이지만 미라클 모닝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50일 정도 미라클 모닝을 하다 보니 대략적인 새벽 루틴이 생겼다. 내가 새벽에 하는 일은 9가지 정도다.
1. 차 마시기 (5분)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차를 마실 물을 끓인다. 전기포트에 물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5분 동안 잠에서 깬다.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좋다. 잠시 새벽시간의 여유를 누린다.
2. 체중 재기+운동 (5분)
다음으로는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확인한다. 이건 최근에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새로 만든 루틴이다. 몸무게를 어플에 기록한 후 곧바로 케틀벨 스윙을 50개 한다. ‘아침 운동’은 부담 없이 5분으로 정해놔도 늘 거르기 일쑤였는데 ‘체중 재기’에 붙여서 시도하니 한결 달성이 수월해졌다.
3. 공부하기 (30분~1시간)
이후에는 책상 앞에 앉아 공부를 한다. 올해 초에 신청한 청소년상담사 3급 강의를 하루에 1강 듣는다. 사실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편은 아니고 여유가 있을 때는 중간중간 유튜브를 보곤 한다. 그렇게 공부인지 농땡이인지 모를 시간을 보낸다.
4. 일기, 계획 쓰기 (10분)
다음은 일기, 계획 쓰기다. 계획 쓰기는 전날과 오늘의 계획을 간단히 점검하는 것이고 아침 일기 쓰기는 최근에 시작했다. <나는 매일 작은 성공을 합니다>라는 책에서 ‘아침 일기 쓰는 법’을 알게 됐는데 무척 쓸만하다. 정해진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일기를 쓰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쓰는 시간은 짧은데 하루가 그렇게 정갈해질 수 없다. 나처럼 일기 쓰기에 번번이 실패한 사람이라면 이 방법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일기에 쓰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아침에 하는 질문- ㅇ지금 이 순간 감사하고 싶은 일 3가지는? ㅇ어떻게 하면 더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ㅇ나를 위한 긍정의 한 줄은?
-저녁에 하는 질문- ㅇ오늘 일어난 멋진 일 3가지는? ㅇ무엇을 했더라면 오늘 하루가 만족스러웠을까?
5. 독서(5~30분)
신기하게도 ‘매일 해야지’ 마음먹어도 독서와 글쓰기는 새벽에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독서랑 글쓰기를 너무 거창한 것으로 생각한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최소한 30분은 투자해야지’ 하는 생각 때문에 선뜻 시작을 못했다. 그런 완벽주의를 버리고 아주 적은 시간이라도 매일 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니 다만 5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 있게 됐다.
6. 글쓰기 (5~30분)
독서보다 더 어려운 게 글쓰기인 것 같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괴로운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독서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새벽에 최소한 5분만 써보기로 했다. 5분 동안 무언가를 써놓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과 아무것도 쓰지 않고 하루를 시작하는 건 차이가 있었다.
7. 명상 (1분)
작년에 잠시 명상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 30분 명상을 했는데 한 달 정도 하고 더 하지 못했다. 그만큼의 시간을 내기가 점점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명상을 시작했다. 이번엔 시간을 확 줄였다. 1분 명상이다. <기적의 1초 습관>이란 책에서 “심호흡만 해도 명상이다”라는 말을 듣고 과감히(?) 1분 명상을 하고 있다. 혹시나 하고 유튜브에 ‘1분 명상’을 검색하니 의외로 몇몇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그것을 틀어놓고 1분 동안 눈을 감고 명상을 한다. ‘어? 벌써 끝이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짧지만 당분간은 시간을 더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8. 꿈노트 보기(1분)
꿈노트에 적어놓은 목록 보기. 새벽 루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나는 365일 수정하는 버킷리스트를 매년 쓰고 있는데 그것과 별도로 꿈노트를 한 권 갖고 있다. 버킷리스트 목록이 자잘하고 소소한 소망 목록이라면 꿈노트에 적어놓은 것들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창한 꿈의 목록이다. 이룬 것과 이루고 있는 것, 이룰 예정인 꿈들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방향을 정비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9. 청소 (5~20분)
새벽 시간이 거의 지나가고 출근 준비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를 마지막에 넣은 건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중간에 청소를 하면 시끄러운 소리에 호야가 깰 수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한번 자리에 앉으면 좀체 일어나기가 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침 운동 후 쭉 앉아 있다가 마지막에 일어나 청소를 한다. 청소를 할 때는 대체로 음악을 틀어놓는다. 청소와 음악, 아침을 여는 훌륭한 조합인 것 같다(치워도 치워도 집이 더럽다는 게 함정이지만…).
새벽에 하는 일이 9가지나 되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최소한의 시간으로만 하면 한 시간 남짓이면 모두 할 수 있다. 출근 준비 1시간 전에만 일어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일찍 일어날수록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미라클 모닝 시작 단계인 지금으로선 짧은 시간이라도 모두 할 수 있다면 만족이다.
모든 날을 성공하지 못하면 어떤가(물론 모든 날을 성공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새벽시간이 길지 않아도 좋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어제와 다른 내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