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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뇽안뇽안늉 Jul 20. 2024

내 인생 첫 젤네일

일상의 주도권을 찾겠다는 마음으로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7월 초부터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심이 갔다. 별로 변화가 없는 (물론 회사 내부적으로는 변화가 많았지만), 일과 집을 오가는 반복적인 일상을 무의식적으로 ’단조롭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하반기를 막 시작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일들을 많이 시도하면서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일상을 바라기도 했다. 그래서 7월의 첫 주말을 홍콩에서 시작했고, 그 이외에도 몇 가지 안 해봤던 것들이나 잘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다. 기존의 익숙한 것들을 탈피하면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샤머니즘(?)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말이다.


우선, 거의 10년 만에 머리에 웨이브파마를 했다. 대개 무언가 하고 싶을 때, 그리고 원하는 행위를 했다고 해서 크게 리스크가 없다고 판단되면 큰 고민 없이 하고 보는 것 같다. 일이나 인간관계에서는 나름 생각이 많은 편이라서 그런지, 내가 신경을 쏟는 대상의 경계를 벗어나면 과감해진다. 보통 내 인상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극적으로 시도해 보는 편인데, 이번에는 ‘빠마’였다.

나는 딱 두 번 머리에 웨이브를 넣어봤는데 그때마다 후회했다. 우선 잘 안 어울렸던 데다가, 특히 머리가 조금 길었을 때 시도했던 첫 번째 웨이브는 정말 너무도 안 어울렸다. 포세이돈이나 모차르트 같은 느낌이었다. 두 번째 파마를 했을 때는 단발에 하니까 조금 낫겠지 싶어서 시도했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너~무 안 어울렸다. 약간… 음…. 머리 짧은 예수님 같았다. 그때는 내가 성당을 다니고 있었을 시기인데, 파마를 하고 난 직후 너무 창피해서 성당 친구들과의 약속에 못 나간 기억이 있다.

아무튼 머리 웨이브는 나에게 별로 좋지 않은 기억만 주었는데, 이번에 한번 해봐야겠다-하고 마음먹었던 데에는 AI 이미지의 덕이 크다. 한 달 전, 재미 삼아 이미지를 바꿔주는 어플 내 헤어스타일을 이렇게도 바꿔보고 저렇게도 바꿔봤다. 단발에 약간의 물결무늬 펌을 넣은 형태는 이상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만 했는데, 홍콩을 다녀오고 나서 약 일주일 후에 갑자기 웨이브를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지금, 꽂힐 때 하자 싶어서 동네 미용실로 냉큼 달려갔다. 네이버 가격과 많이 달라서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먹은 김에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꽤 비싼 돈을 주고 한 웨이브의 결과는 나름대로 만족한다. 1년에 1~2회씩 미용실에 가는 나에게 선택지는 단발머리와 깔끔한 볼륨매직, 아니면 머리를 안으로 넣어 단정한 느낌을 주는 C컬파마 정도밖에 없었는데 한 가지의 선택지가 더 늘어난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더불어 어제는 내 인생 처음으로 네일숍에 가서 젤네일을 받았다. 대학생 때 주변 친구들은 곧잘 매니큐어나 패디큐어를 잘했는데, 나는 애초에 손재주가 없어서 깔끔하게 못 칠하기도 하고, 바른다고 한들 관리도 제대로 안되어서 한 두 번 하다 그만두었었다. 여름에 샌들을 신고 보면, 패디큐어를 안 한 발을 찾기가 힘들어서 유행에 못 따라가는 사람이 된 것 같 때도 있었다. 네일숍에 가 되지만 참 희한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 들었다. 젤네일잘 모르거니와, 어차피 해봤자 또 관리만 어려울 것 같은데 괜히 돈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아무튼 이래저래 나랑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다만 7월 들어서 갑자기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이번달이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기 때문인 것 같다. 더군다나 최근 스트레스가 많아서 숨 쉴 틈이 필요했기에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만드는 우울감에 압도될 것 같았다. 회사가 끝나면 자주 에너지가 방전되어 버리니까,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하자고 생각했다. 그 마음이 지나가버리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로 7월을 보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들기도 했고.

그런 마음으로 시도한 젤네일은 조금 과장해 100% 만족스러웠다. 처음 하는 것이고, 예쁜 디자인이 뭔지도 잘 몰라서 ‘초보쌤’이 하는 조건으로 저렴한 가격에 네일을 받았는데 색깔도 정말 마음에 들었고, 손톱을 관리하는 과정 자체가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아, 이래서 주기적으로 네일숍을 찾는구나, 싶었다. 원래는 파란색을 하려고 하다가 너무 튀는 것 같기도 해서 약간 연한 레드계열의 컬러를 했는데 만족스럽다. 다음번에는 패디를 받아봐야겠다.

내 인생 첫 젤네일

업무로 많이 지치는 요즈음이다. 처음 해보는 업무가 미숙해서인지 아무리 계획해도, ‘아- 이만하면 됐겠지‘ 싶을 만큼 준비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툭툭-’하고 튀어나온다. 특히 이번 7월에도 변화가 꽤 많았다. 걱정했던 미션은 잘 끝났지만 또 더 큰 미션이 기다리고 있고, 조직개편과 더불어 오랜만에 후배, 그러니까 맞사수를 만기도 했다.

기대하지 않았던 변화를 마주하며 나는 일상에서라도 주도권을 쥐겠다고 다짐한다. 그의 일환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마음과, 그 시도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는 요즈음이라 가끔은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무기력함에 짓눌려 7월 내내 침대에서 보낼 수는 없으므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내 일상을 내가 온전히 꾸리고 있음을 느껴야겠다. 그것이 비록 작은 시도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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