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연말결산, 올해를 짧은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1. 올해 잘한 일
프로젝트 마무리.
A부터 Z까지 전부 나 혼자 처음 도맡아봤고,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은 끝냈다. 어떻게든 잘 마무리는 되더라. 프로젝트 중간중간마다 너무 힘들었고, 동료에게 하소연을 수백 번 한 것 같다. 끝난 이후에도 왠지 뒷맛이 씁쓸하달까, 끝나고 나서는 창피하게도 회사 동료들 앞에서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프로젝트는 힘겹고, 팀장님의 강한 채찍질을 견디기가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처음보다는 낫고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만은 확실하다. 고로,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잘 끝날 것이다. 물론 끝나기 전까지 내 영혼을 갈아 넣어야겠지만…
2. 올해 아쉬운 일
새로운 시도에 주저한 것.
이전 글에서도 썼었지만, 필사도 그렇고 다른 소셜 모임이나 운동이나 아무튼 간에 안 해봤던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일상의 새로운 활력소를 찾고 싶었달까. 해보고 싶은 것들을 적어두긴 했었는데…. 전시회도 몇 번 보러 가고 싶었고, 좋은 공간들도 가보고 싶었다. 다만, 매일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가지 않은 채 한 해를 보내니 돌이켜보면 아쉬운 구석이 있다. 올 한 해는 무언가를 하며 열심히 살기는 살았는데, 기억에 남는 굵직한 에피소드는 많이 없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올 한 해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버린 것만 같다. 몇 번의 여행이 있었고, 출장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새로운 재미거리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
3. 올해의 소비
1) 뭐니 뭐니 해도 로봇청소기.
진~작 살걸 그랬다. 부끄럽지만, 집에만 있으면 마냥 늘어지게 된다. 손 하나 까딱 하는 것조차 너무 귀찮아서 집안일도 미루는 편이었는데, 로봇청소기가 생기고부터는 가사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알아서 다 해주니까! 친구들이 원룸에 무슨 로봇청소기냐고 타박하는데, 모르시는 말씀. 내가 없을 때도 로봇이 청소해 주니, 집에 오면 먼지 없이 뽀송한 방바닥을 밟는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올 한 해 가장 잘한 소비를 꼽으라면 단연코 로봇청소기다. 연초에 복지카드로 일찌감치 사두길 잘했다 싶다.
2) 연말 두 차례의 공연
올해 처음 본 공연인 것 같다. BBC 프롬스 초청 공연으로, 하나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였고, 또 하나는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공연. 둘 다 정말 좋았다. 오랜만의 공연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퀄리티가 워낙 좋았다. 일단 웨스트엔드 뮤지컬 갈라 콘서트에서는 포카혼타스나 겨울왕국, 레미제라블 등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곡들을 들을 수 있어서 몰입이 쉬웠다. 레미제라블 <I dreamed a dream>이나 포카혼타스 <Colors of the wind>가 특히 좋았다. 가수분들의 실력도 워낙 뛰어났다. 싱어는 뮤지컬 배우 ‘Hiba Elchikhe’였는데, 목소리가 정말 내 스타일이라 유튜브로 조금 더 찾아보다가 이 배우가 부른 다른 뮤지컬 곡 <Whisper it to me>에 꽂혔다.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공연은 친구가 같이 보러 가자고 했다. 예술의 전당은 이미 매진이라 롯데콘서트홀 공연을 봤다. 역시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히 앙코르곡으로 <고향의 봄>, <아리랑>, <걱정 말아요 그대>와 같은 우리나라 노래들을 한국어로 불렀는데 울컥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리랑>을 들을 때, 전통 민요 특유의 슬픔과 어지러운 국내 상황이 묘하게 맞물리는 듯해서 눈물이 핑 돌기도 하더라.
4. 올해의 취미
영화, 드라마 덕질 (작년에도 똑같았던 것 같네…)
작년에는 일본 콘텐츠를 적었었네. 특히 올 하반기에 미드에 빠졌다. 한 주에 거의 1~2개의 드라마를 몰아본 듯하다. 출퇴근 길에 오며 가며 한 회차씩 보면 또 금방 몰아보긴 하더라. 글쎄… 뭔가 아쉽긴 하다. 올해는 원래 하던 취미활동 말고는 크게 한 게 없네.
5. 올해의 순간
여행과 국내 출장
은근히 돌아다닐 일이 많았던 한 해. 내돈내산 여행은 3월의 나고야와 7월의 홍콩이었고, 그 외 국내외 출장은 생각해 보니 꽤 여러 번 되더라. 4월의 매우 짧은 1박 2일 도쿄 출장(이라 쓰고 신주쿠 출장이라 읽는다)과 8월의 전주, 부산, 대구 출장 (역시나 빠르게 1박 2일)이 있었고, 그리고 오늘의 1박 2일 전주 워크샵(이라 쓰고 역시나 연말회식이라 읽는다…;)이 있네. 이리저리 다닐 일이 생겨서 타지에서 자유시간을 누릴 일도 꽤 있었지 싶다.
출장 외 혼자 떠난 여행도 좋았다. 나고야도 좋았고, 홍콩도 좋았고.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카페에서 멍도 때리면서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왔던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오늘 뭐 하지?’와 같이 오늘만 생각하면 되는 것, 그게 여행의 매력인 것 같기도.
24년이 20일도 채 안 남은 지금 즉흥 여행을 한번 하고 싶긴 한데… 역시나 내 발목을 잡는 건 통장 사정이겠다.
6. 올해의 노래 : Laufey <from the start>, One republic <I don’t wanna wait>, Olivia dean <Dive>
7. 올해의 책 : <재난 그 이후>
8. 올해의 영화, 드라마
- 영화 : 다큐멘터리 <휘트니>, <브레이킹 더 웨이브>.
특히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개인적으로 영화 <소년은 울지 않는다> 만큼이나 뇌리에 강하게 남은 충격적인 영화였다.
- 드라마 : 너무 많지만… 현재 진행 중인 <오자크>, <디스클레이머>, <그들이 우리를 바라볼 때>, <러시아 인형처럼 시즌1 (현재 진행 중)>
9. 올해의 대화
회사 동료들과 함께한 모든 점심시간 티타임. 동기들하고는 원래 친하긴 했지만, 더불어서 팀 동료들과 강한 전우애(?)를 다진 일이 올해의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랄까. 티타임은 늘 즐거운데, 나름대로 티키타카가 된다는 점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여러모로 합이 잘 맞는다.
진짜로! 동기들 포함 동료들 때문에 버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10. 올해의 도시
부산과 나고야.
일본은 이모를 보러 가는 것 말고 여행으로는 거의 처음이라 거리거리 곳곳이 기억에 남는데, 특히나 우타다 히카루의 <Automatic>을 들으면서 걷노라면 약간 오글거리지만 은근한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3월의 나고야가 떠오른다. 네모반듯한 거리에 아기자기하게 길거리를 수놓은 벚나무들도. 모든 것이 좋았다.
부산은 뭐… 어차피 외가라 워낙 자주 가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오랜만이었고, 여름의 광안리는 처음이라 더 인상적이었다. 구름 한 점 없어서 해가 뜨겁게 내리쬐고 바다는 반짝반짝 빛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