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하여

내년은 올해보다 조금 더 에너제틱하게 보낼 수 있기를

by 안뇽안뇽안늉

연말이나 연초에 내가 꼭 하는 것 중 하나는 신년에 하고 싶은 또는 목표하는 것들을 3x3 빙고칸 안에 적는 일이다. 대체로 빙고칸에 적어둔 일들 중 1/3 정도는 성공하고, 1/3은 성공이나 실패라고는 말하기 힘든 애매한 수준이며, 1/3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거나 혹은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지금까지의 2024 빙고 현황도 비슷하다. 중간에 도저히 달성이 어려울 것 같아 목표 수치를 조정하기도 했다.




우선, 필사. 올해 야심 차게 해 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몇 년 전에 책 쓰기 모임을 한 적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필력이 좋은 분들이 정말 많다는 생각에 새삼 놀랐었다. 오랫동안 하고 있는 독서모임 덕에 그나마 책은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책 속의 좋은 문장들을 직접 써보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글을 쓸 때는 문장을 매끄럽게 쓰기가 어려웠다. 특히나 텍스트로 좋은 어휘나 표현을 접해도, 금방 머릿속에서 사라져서는 내 글에서는 도통 나오지 않았다. 이런 아쉬움에 올해는 꼭 필사를 하리라 다짐했건만,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로 올해가 다 지났다. 상반기 때에 빙고 중간 점검을 하면서 하반기 때 꼭 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벌써… 12월이고, 사실 12월에도 별로 할 생각이 없다… 일이 바쁘고, 약속이 있고, 등등의 핑곗거리가 있지만 결론은 귀찮아서다. 내년도에는 꼭!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다음으로는 목표치 금액 이상 돈 모으기. 실패했다. 애초에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나 싶은 생각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소비가 꽤 많았다. 옷이나 화장품 등 쇼핑에는 지출이 크지 않은 편인데, 즉흥적으로 해외여행을 두 번이나 갔다. 3월의 나고야 여행과 7월의 홍콩 여행이었다. 아무리 항공권이 저렴해도 해외여행을 가면 몇 십만 원 이상은 쓰게 되니까, 아무래도 여행 경비로 돈을 쓴 것이 올해 목표 달성에 실패한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아닐까 싶다. 더불어서 예상하지 못했던 4월의 도쿄 출장까지. 어차피 출장이라 돈을 쓸 일이 많이 없긴 했지만, 또 언제 도쿄를 와보겠나 싶어서 그곳에서는 들어가는 대로 쇼핑을 좀 했다. 생각보다 돈을 꽤 많이 쓰고 왔었다.

그 외에도 매년 지출하는 필라테스도 있었고, 올해 부모님 선물도 좀 드린 편이라 여러모로 돈을 쓸 일이 있었다. 더불어 자잘하게 쓰는 일상적인 소비까지… 토스에 깨알같이 기재된 일별 지출을 보면 분명 반성하게 되는 구석이 있다. 생각보다 먹거리에 돈을 많이 쓰더라. 대부분 집에서 먹을 간편식이나 디저트, 혹은 카페에서 쓰는 디저트 비용이었다. 이런 비용들만 아껴도 월별 지출 금액이 많이 줄어들 텐데, 싶었다. 아무튼 목표치 금액 이상 모으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성과급을 받으면… 근사치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고 합리화를 해본다.


빙고칸의 가운데에 떡하니 적어두었던 연애도 있다. 이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고 그 사이 꽤나 많은 인연을 스쳐 보냈다. 가장 최근까지도 지인들 덕분에 소개팅에 열심히 나갔는데, 그중 한 명과는 정말 잘 될 기미가 보였고 대화도 잘 통했던지라 나 또한 호감을 키워가고 있기도 했다. 어쨌든 결론은 잘 안 됐고, 이유는 상대가 갑작스레 잠수를 탔다. 꽤 적극적인 상대였던 터라 매우 당황스러웠고, 심지어 이렇게 썸 중간에 갑자기 상대가 잠수를 타는 경우는 나 또한 처음 당해보는(?) 지라 찝찝하기 이를 데 없었다. 출근 잘했냐는 나의 질문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줄 전혀 알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의 상황이다). 우리 뭐, 다 사회생활도 나름 해보고 연차도 꽤나 찬 30대인데, 끝맺음 정도 하는 예의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닌 것 같다 ‘라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면 ’요새 일이 바빠서 만나기 어렵다‘ 식으로 완곡하게 이야기해도 충분했을 텐데. 주선자에게 그 사람 욕 한 바가지 해주려다가, 뭐 어차피 사귀었어도 힘든 인연이었겠다 싶어 괜히 힘 빼지 말자는 생각에 그냥 말았다. 올해 스쳐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하며 올해는 참~ 뭐가 안되나 보다~ 싶었고 역시나 사주가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남은 것은 남들에게 안주거리 삼아 이야기할만한 소개팅썰들이고, 11월에도 역시나 하나를 추가했다.


안 해봤던 것 해보자! 도 있었는데, 안 했다. 핑계를 대자면 올해는 일로 너무 바빴다. 바쁘기도 바쁜데, 특히나 5~6월에는 업무로 팀장과 트러블이 있었던 터라 그것은 그것대로 스트레스를 받아 새로운 활동에 엄두를 못 냈었다. ‘새로운 활동’이라는 게 조금 추상적이긴 한데, 내게는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페러글라이딩 해보기, 스쿼시 배워보기 등등 전혀 안 해본 활동들을 시도해 본다는 차원으로 적어둔 것이었다. 관심 있는 것, 하던 것만 하는 편이라 일에 지친 나에게 새로운 것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었다. 나 스스로의 기분 전환 차원에서 말이다. 필사 또한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 때문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았던 순간이 많았다. 특히나 올해는 주말만 되면 ‘집에서 쉬고 싶다’의 심정이 되어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면서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을 접했다. 남는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남들에게 좋은 콘텐츠들을 많이 추천해 줄 수는 있다), 조금 아쉽기도 하다. 올해 영화 모임도 한번 해보고 싶었고, 우리 후배가 그렇게 재밌다고 이야기하는 스쿼시 원데이클래스도 나가서 확실히 나에게 맞는 운동인지 알아보고도 싶었었다. 필라테스를 대체할만한 운동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현실은 필라테스 나가는 것도 버거웠다. 뭐, 내년의 시간도 시간이니까….




사실 올해는 ‘시도’했던 것보다 내가 하던 것을 ‘잘’ 하려고 한 한 해에 가까웠다. 내 일상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이 그렇고, 일 안에서의 관계가 그렇고, 그 외에도 운동이나 공부 등에 조금 더 신경을 써봤다. 그렇다고 크게 성과가 있느냐 하면 꼭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평일’의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주말’의 내가 조금 아쉽기는 한데, 뭐… 에너지 부재라 하면 조금은 면피가 되려나. 사실 하려면 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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