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이 있다면 오로지 내 마음 상태다
매년 연말과 연초는 항상 한 해의 기대감으로 들떴었던 것 같다. 근거 없는 기대감이 일어서는 다이어리에 새해가 되면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는 편이었다. 동시에 어떤 태도로 한 해를 살겠다는 다짐도 적었다. 다이내믹하게 보내자던가, 매사에 진심을 다하자 등의 짧은 문장으로 말이다. 작년 초에도 비슷한 내용을 적었던 것 같은데, 이를테면 그 해의 ’컨셉‘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다만, 늘 그렇듯이 일상은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는 않더라. 미루다가 결국 못했던 것들도 있고, 상황이 받쳐주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그것이 활동이든, 아니면 한 해를 보내는 나의 태도든 간에 자의반 타의 반에 의한 변수들로 계획과 어긋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은 기대감과 아쉬움이 교차하고, 반대급부로 다가올 새해는 조금 더 행복하게 보내자는 다짐도 샘솟는다.
그런데 24년도 연말은 이상하게 기대감보다는 아쉬움이 컸다. 작년에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마음이 부산스러웠던 적이 꽤 있기도 했고 (진짜 작년까지 삼재였나 했다), 회사로 인해 도전하고 싶었던 것들에도 엄두를 못 냈다. 내 기대와는 달랐던 한 해라는 생각과 함께, 한 살 더 먹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니 약간 슬프기도(?) 하더라. 와… 나 뭐 했지,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달까. 올 연말은 그래서 조금 울적했고, 다가올 25년도도 크게 기대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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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지 올해의 1월 1일은 평소의 휴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보냈다. 예전에는 1월 1일이 되면 다이어리에 기대가 되는 것들을 쭉 나열해 보면서 은근히 설렜었는데 이번에는 사실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잡동사니 일부를 정리하고, 다 읽은 책들은 버리거나 중고매장에 팔았다. 주변 정리라도 해야 새해의 좋은 기운(?)이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미신 비슷한 믿음을 갖고서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들로 올 한 해는 거창하게 보내기보다 내 손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주변부터 돌보려고 한다. 6년간 고정된 상태였던 가구들의 배치를 바꾸고, 수납장에 몰아넣고 쓰지도 않는 물건이나 옷가지들을 싹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생활 속의 작은 변화를 주다 보면 다소 시니컬한 지금의 태도가 조금 바뀌려나. 아무튼, 올해 1월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