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004
오늘 주민센터에서 추천받은 "반찬지원 대상자" 2가정을 방문 상담했습니다. 한 가정은 독거어르신인데, 뇌졸중이 심한 상태입니다. 오랜만에 누가 찾아왔다고 반겨주셨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십니다. 늘어놓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대를 잇는 가난의 문제입니다. 저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드리고, 확인차 전화를 하니 3개월 만에 벨소리가 울렸다고 좋아하십니다. 주 2회 반찬을 드리겠다고 하니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덩실덩실 춤을 추십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시는 게 도움이 될 듯하여, 반찬을 가지러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언제 반찬 가지러 오신다고요?"
"월요일이요"
"월요일이랑 금요일이에요. 몇 시에 오신다고요?"
"몰라요. 까먹었어요"
"낮 11시에 오시면 됩니다. 어디로 오신다고요?"
"주민센터 앞이요"
"네, 주민센터 건너편에 2층에 저희 기관이 있어요."
"고마워요. 그런데 언제 가야 해요?
이 대화를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결국 월요일 아침에 전화를 드리기로 했습니다. 오시기가 어려우면 배달을 해 드리려고 합니다. 정말 기뻐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합니다.
한 가정은 장애, 근로능력 상실 부부와 미취업 성인 자녀가 있는 몹시 복합적인 케이스인데, 입구부터 쓰레기가 한가득입니다. 최근 2년간 맡은 악취 중에 가장 강력한 악취가 입구부터 집 내부 전체에 납니다. 강아지까지 있습니다. 청소가 전혀 되지 않아서, 바닥이 끈적끈적합니다. 충격적인 집안의 상황. 신체보다는 정신적인 문제가 걱정되는 가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딸이 걱정입니다. 상담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전히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복지가 세분화되면서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독특한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반찬을 드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서 전인적으로 회복되도록 인도하는 일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고민이 됩니다.
대를 잇는 가난의 문제! 저의 요즘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