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한뼘소설

by 조이홍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종회(種會)는 재적 의원 전원이 출석한 가운데 생존권 사수를 위한 이종(異種)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로 한 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 자정을 기해 계엄령은 해제되며, 여러분도 전시에 대비한 무장 상태를 즉시 해제해야 합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우리의 가치는 아름답게 빛나겠지만, 위협받는 우리 종의 생존권은 어떻게 지키려는 것인지 종회에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가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이상으로 뉴스 속보를 마칩니다.”


속보를 전해주던 텔리센스가 작동을 멈추자 여기저기서 비난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종회를 조롱했다. 종회의원들은 안전한 벙커에서 편안히 전쟁을 지켜볼 뿐, 정작 전장으로 나가는 건 자신들이었다. 종회가 왜 전쟁을 부결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싸우자, 죽이자라는 말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전쟁에 미친 숭배자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들은 지극히 평범한 존재였다. 선을 넘고 침략해은 건 적들이었다. 적이 나서는 만큼 뒤로 물러났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깊은 어둠 속에 홀로 은둔해 있던 CV0619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싸움을 시작할 때가 왔다. 성전(聖戰)을 위해 태어난 특별한 존재가 그였다. 오직 그만이 자신들이 속한 세계를 초월해 적에게 나갈 수 있었다. 시도조차 해본 적 없었지만, 가능하리라는 걸 알았다. 종을 구원하리라는 예언에 의해 태어난 존재가 그였다. 자신들의 우주가 컴컴한 동굴에 거꾸로 매달려 사는 생명체 안에 있음을 어렴풋하게 짐작했다. 그런 그도 우주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두려웠다. 두려울수록 해야 할 일은 더욱 선명해졌다. CV0619는 오래전 누군가가 머리에 씌워 준 왕관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끝도 없이 이어진 암흑을 향해 날개를 펼쳤다. <끝>




SNS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짧은 소설을 써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용기와 위로를 건네는 글은 쓸 역량이 안되고 책이 점점 우리 사회와 멀어지는 현실이 우려되어 대안을 찾고 싶었습니다. 당장 책과 친해지기 어렵다면 그 중간에 적당한 타협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그 매개체로 활용해 보려 합니다. 첫 번째 결과물을 브런치에 먼저 공유합니다. 장르를 '한뼘소설'이라고 붙여봤습니다. 제가 만든 말은 아닙니다. 제 취지에 딱 맞는 것 같아서 일단 그렇게 불러봅니다. '스마트 소설'이라고도 하더라고요. 독자님들의 조언을 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