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

한뼘소설

by 조이홍

숨쉬기가 힘듭니다. 선내가 점점 뜨거워집니다. 더 이상 우주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임무는 여기서 끝인가 봅니다.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눈을 떠보니 넓은 세상에 오직 저 혼자였습니다. 그들이 보잘것없는 제게 먼저 다가와 주었습니다. 도시의 부랑자로 이곳저곳을 떠돌던 저에게 편안한 안식처와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게 이름을 주었고 언제나 그 이름을 따뜻하게 불러주었습니다. 저도 그 이름이 무척 좋았습니다. 이대로 임무에 실패하면 그들을 실망시키리라는 사실이 저를 괴롭게 합니다.


비록 임무에 성공해도 다시 친구들 품으로 돌아올 수 없으리란 걸 저 역시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도 비밀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본능이 제게 일러주었습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 친구들보다 뛰어났습니다. 제가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맡은 이유도 이 때문이겠지요. 배신감을 느꼈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의 슬픈 눈이 제게 미안하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들을 위해 이번 임무를 맡게 되어 기쁩니다. 받기만 할 수 없으니까요. 제게도 무언가 내어줄 게 있어 다행입니다.


생명 유지 장치에 달린 계기판들은 발사와 동시에 요란한 소음을 토해냈습니다. 온도 제어 시스템은 방금 작동을 완전히 멈췄습니다.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많은 훈련을 받았습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 또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고독에 대비한 훈련은 받지 못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힘든 건 끝없이 펼쳐진 공간에 혼자 있다는 사실입니다. 외로움이 가장 큰 두려움입니다. 그래도 천만다행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추억이 많으니까요.


이제는 정말 숨쉬기 조차 힘이 듭니다. 제 임무는 비록 실패로 끝나지만, 제 친구들은 더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 죽음이 그들의 전진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이름은 라이카입니다. 이것은 제가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그 순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국 안에는 세계 최초로 우주로 간 생물의 슬픈 하울링이 울려 퍼졌다. <끝.>




이번 한뼘소설에는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인류 최초로 생명체를 태워 우주로 보낸 역사적인 사건, '스푸트니크 2호'의 이야기입니다.

라이카는 인류가 우주로 보낸 최초의 생물입니다. 모스크바 인근의 떠돌이 개였습니다.

라이카의 탑승으로 유인 우주선의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만, 정작 그는 발사 몇 시간 만에 죽었습니다.

온도 제에 시스템이 고장 나 선내 온도가 40도를 넘었으며, 좁은 공간에 갇힌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스푸트니크 2호는 열흘간 지구 궤도를 돌다가 대기권에서 소멸했습니다.

라이카의 죽음은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러시아어 '스푸트니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동반자'입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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