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슈퍼히어로

한뼘소설

by 조이홍

그녀를 처음 본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모두를 속였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녀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방호복을 입은 그녀에게 “여기가 병원인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우주 어디쯤 인가 봅니다.”라며 건넨 말을 다른 사람들은 시답잖은 농담쯤으로 여겼지만, 그녀는 내 말에 담긴 속내를 바로 알아챘다. 태연한 척 시치미를 뗐지만 순간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고 말았다. 채혈할 때 "방호복이 익숙하지 않아서"라며 혈관을 찾지 못하는 연기까지 했다. 그런 행동이 제법 그녀를 평범하게 보이게 했다.


그녀 정체를 완전히 파악하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벨 D 보호구는 무게가 3kg이나 나갔다. 부직포와 필름을 여러 겹으로 덧대, 입으면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 공기가 통하지 않아 입고만 있어도 땀이 흐른다. 그것뿐인가? 마치 달에 착륙한 우주인처럼 행동은 둔해졌다. 고글에는 습기가 차 수시로 시야를 방해하고, 두세 겹 낀 보호장갑으로 손끝에 감각도 둔해진다. 게다가 PAPR은 두 시간 착용하면 두 시간 쉬어야 할 정도로 체력을 소모시켰다. 평범한 사람은 10분도 버티지 못할 텐데, 그녀는 그런 차림으로 온종일 날아다녔다. 미소 지으면서 말이다. 사실 나 말고 다른 환자들도 하나둘 그녀 정체를 알아차린 듯했다. 그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내일이면 나는 이곳을 떠난다. 시원섭섭하다. 수많은 환자가 이곳을 거쳐갔다. 대부분 건강한 몸이 되어 떠났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더러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두 번째 삶을 얻었다. 모든 게 그녀 덕분이었다. 떠나기 전에 신입인 여러분에게 비밀을 말해주려고 한다. 잘 기억했다가 어려움에 처할 때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코로나 19 중증환자를 돌보는 특별 격리 병동에 간호사로 일한다.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적과 싸우며 많은 사람을 구했다. 그녀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하냐고? 그럴 필요 없다. 당신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이미 그녀는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 그녀의 진짜 정체는 슈퍼 히어로니까!



(이미지 출처 : Pixabay)

이전 20화착한 남편 좋은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