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편 좋은 아내

한뼘소설

by 조이홍

태식은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생각이 많아지자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찾았다. 6개월 전에 끊은 담배가 주머니에 있을 리 없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가게 밖으로 나왔다. 밤하늘 별들이 서럽도록 환하게 빛났다. 순간 태식은 흠칫했다. 서울 하늘에 이렇게 별이 많았던가? 다들 바이러스 때문에 죽어라 죽어라 하는데 좋은 점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구나 싶었다. 자신의 가게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음식점들이 보였다. 열에 아홉은 불이 꺼졌다. 이 시간이면 손님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는 숨이 멎도록 적막했다.


국숫집 사장님은 3개월 전부터 장사를 쉬었다. 치킨집 사장님도 버티고 버티다 지난달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집, 순댓국집, 부대찌개 전문점 사장님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대면 시대는 이 거리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조여왔다. 직장인을 상대하는 음식점들은 배달 주문도 많지 않았다. 모두가 출구 없는 터널로 내몰렸다.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서빙하는 아르바이트생과 설거지를 도와주는 주방 이모님께 그만 나와 달라고 말할 때는 목이 메어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네 명이 잠시 앉아 물 마실 겨를도 없이 일해도 일손이 부족했는데, 아내와 단둘이 있어도 한가했다. 돈 벌기는커녕 임대료도 두 달째 밀려 보증금에서 까고 있었다. 아내도 진작에 문 닫고 공사장에서 막노동 일이라도 구하자고 했다. 태식도 그럴 생각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결심이 바뀌었다. 자신이 식당을 닫게 되면 아이들이 굶으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오히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점심까지 챙겨줘야 할 상황이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알아버린 아이들에게 태식의 식당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태식의 아내도 아이들에게 공짜 밥을 제공하는 데 공감했다. 사실 그보다 더 살뜰하게 아이들을 챙겼다. 그런 아내가 오늘 그만두자고 했다. 제 자식 배곯는 마당에 언제까지 남의 집 자식 챙겨야 하냐며 울먹였다. 태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 말이 옳았기에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시계를 보았다. 아이들이 올 시간이었다. 아홉 명이 오기로 했다. 잔뜩 화가 난 아내에게 도움을 바랄 수 없었다. 서둘러 가게로 들어갔다. 주방 안이 분주했다.


“준비 다 해 놨으니까 빨리 테이블로 옮겨. 애들 올 때 됐는데 밖에서 멍하니 뭐 하고 있어?”


태식은 아내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대신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날쌔게 반찬을 날랐다. 자꾸 몸속 깊은 곳에서 뭔가가 치솟았으나 이를 악물고 버텼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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