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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Apr 04. 2021

비트코인 살짝 맛보기

내궁내정(내가 궁금해서 내가 정리했다)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의 국내 가격이 7300만 원을 넘기며 역대 최고가를 다시 갱신했다. 사흘 연속 신고가를 다시 쓰고 있다." 


 어제(2021년 4월 2일) 자 기사다. 도대체 비트코인이 뭐길래 끝도 없이 오르는 걸까? 4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우리나라에 불어닥쳤을 때 남들은 빚을 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에 바빴지만, 난 서점으로 달려가 비트코인에 관한 책부터 샀다.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투자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비트코인이란 게 대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할까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다음 책 <블록체인 혁명>을 막 시작할 무렵 비트코인 열풍은 흘러간 유행가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연스럽게 내 관심도 점차 시들해졌다. 


 그로부터 4년 후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가 다시 한번 비트코인으로 들썩이고 있다. 인간의 유전자는 대세(大勢, 큰 흐름)를 따라가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집단생활이 생존율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풍족해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살아남는 것' 자체가 더는 인류를 위협하지 못하지만 (물론 지구 상의 많은 나라가 아직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고 있지는 못한다) 대세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은 DNA에 여전히 각인된 채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고민한다. '지금이라도 비트코인 열차에 탑승해야 하지 않을까? 주위에서 다 하는데….' 적어도 비트코인의 정체는 알고 뛰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4년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을 상기하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비트코인에 대해 아주 조금만 '내궁내정' 해볼까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는 스마트폰이 지닌 각종 기능에 대한 기술적 이해 없이도 스마트 폰을 매우 잘 사용한다. 텔레비전의 송·수신 원리를 몰라도 TV 시청하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으며, 심지어 전자레인지의 원리를 몰라도 맛있는 즉석요리를 마음껏 해 먹을 수 있다. 따라서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몰라도 투자하고 이익(또는 손해)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작동되는 원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도움이 되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그저 궁금한 건 못 참는 사람들이, 나 같은, 있다. 이런 삶은 때론 고달프지만 무언가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걸로 만족한다. 변화 자체는 아니더라도 변화를 위한 마중물이라도 된다면 좋겠다 싶다.  

<그의 이메일을 분석한 한 전문가는 그가 사용한 단어를 볼 때 영국인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비트코인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비트코인의 창조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다. 사실 사토시 나카모토가 한 사람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인지, 국적은 어디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10년 홀연히 사라진 그의 정체는 베일에 싸인 채 지금까지 공개되고 있지 않다. 이런 신비스러움이 더해져 비트코인 유니버스에서 그는 신적인 존재다. 그가 얼마나 많은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한 암호학자가 추정한 결과치는 약 5억 개다.(어제 시세로 3경 5천조가 웃도는 가치다!) 비트코인 초기에 참여한 일부의 사람들이 전체 비트코인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속설도 있다. 이것이 일부 전문가들이 비트코인은 절대 대중화될 수 없다고 말한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가!  


 2008년 10월 31일 오후 2시 10분, 암호학 전문가 및 관련자 수백 명은 사토시 나카모토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저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히 당사자 1: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통화 시스템연구해 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9쪽짜리 보고서를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가 포함된 메일이었다. 그 통화 시스템이 '비트코인'다. 불행하게도 메일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이 메일을 무시했다. 과거에도 여러 암호학 전문가들이 이러한 시도를 했으나 실패로 끝났고, 이 역시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아니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미래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나가모토는 '전자 코인 (electronic coin)'은 디지털 서명의 체인이라고 정의했다. 이 시스템에서 원 소유자는 과거 거래 내역 뭉치와 다음 소유자가 될 사람의 '공개 키'에 디지털 서명을 해, 즉 과거의 디지털 서명 체인에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서명을 더함으로써 전자 화폐의 소유권을 다른 이에게 넘길 수 있다. 수취인은 서명의 체인을 검증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확인한다.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보안된 코드의 문자열인 미공개 '비밀 키'를 사용한다. 이 비밀 키와 짝을 이루는 공개 키가 통화의 저장소에 첨부되어 있다. 그는 비트코인 모델이 글로벌 지불 시스템 및 화폐 발행 시스템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포하고 은행이 아닌 개인 소유의 컴퓨터가 시스템이 정직하게 운영되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했다.  


 사실 디지털 화폐가 최초로 나카모토에 의해 구상된 건 아니었다. 사이퍼펑크 (Cypherpunk) 운동가들은 1990년대에 암호화된 개인정보 보호 도구를 통해 정치, 문화적으로 급진적인 변혁을 시도했는데, 이들이 먼저 디지털 화폐 시스템을 구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아이디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음에도 나카모토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고안해 낸 시스템은 두 가지 면에서 혁신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라는 절대 침범되지 않는 누구나 쓸 수 있는 원장(Ledger)을 통해 누구나 거래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과 일련의 금전적 인센티브로서 개별 컴퓨터 소유자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장부를 업데이트할 강력한 유인 요소를 갖추었다는 점이었다. 


<채굴작업의 이미지와 실제>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생성할 프로그램을 개발해 소위 비트코인 '채굴 작업'을 시작했다. 사실 채굴이란 말은 비트코인이 화폐(또는 금)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 쓰인 단어다. 작업이란 단어 역시 '노동'을 연상시키는 말로 같은 맥락이다. 실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의 광부(miner) 혹은 노드(node)가 하는 역할은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거래가 유효함을 확정 짓기 위해서는 무작위로 생성된 매우 복잡한 수학 퍼즐을 풀어야 하는데, 비트코인 채굴이란 이 수학 문제를 첫 번째로 푼 컴퓨터에게 주는 보상을 의미했다. 2009년 초에는 비트코인을 채굴해서 계정(지갑)에 적립하는 것이 매우 쉬운 일이었지만, 현재는 이 네트워크에 전 세계 유저들이 연결되어 있어 채굴을 위한 컴퓨터 작업 수행량이 상당히 높아졌다. 수학 퍼즐의 난이도가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고 비싼 전문 장비로 채굴해도 약간의 수익이 날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 되었다.


 채굴자들은 비트코인을 얻기 위한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유일한 목표를 가지고 작업을 수행하지만, 부차적으로 의도하지 않게 도중에 거래를 확인하고 블록체인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게 된다. 이는 비트코인 채굴 시 장비 및 전기 등의 자원을 투자해야 하며 컴퓨터가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등의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게 한 시스템 설계에 기반을 둔 '화폐주조세' 취득 근거가 된다. (나카모토의 의도가 딱 맞아 들어갔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인센티브 시스템 (채굴을 통한 보상으로 비트코인 생성)이 실질적 가치가 있는 통화 시스템으로 작동하도록 엄격하고 제한된 통화정책을 적용시켰다. 약 4년에 한 번씩 21만 블록마다 비트코인 발행이 절반으로 줄도록 프로그래밍한 것이다. 2014년에는 1블록당 25 비트코인을 보상받았는데, 2016년에는 1블록당 12.5 비트코인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스케줄은 시스템이 시작되고 최초 6년간 총 생산 가능한 2,100만 개의 비트코인 중 절반 이상의 개수를 초기에 채굴할 수 있게 집중시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소성을 발생시키고 이론적으로 비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해 준다. (비트코인 소프트웨어는 약 130년 간만 비트코인을 생성해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가상통화 구축에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이중 지불'을 막는 것이다. 누군가 내게 보낸 디지털 화폐가 다른 사람에게도 보내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지폐는 눈으로 확인 가능하고 은행 계좌 이체는 은행(또는 국가)이 보증해 준다. 일면식도 없는, 거기다 멀리 떨어진, 사람과 발생한 거래의 대가로 받은 디지털 화폐를 믿을 만한 근거가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술이다. 나카모토의 대표적인 업적인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에서 중추신경계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원장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은 공공에게 개방된다. 이것이 페이팔과 같은 폐쇄형 전자 화폐 시스템과 다른 점이다>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블록들의 긴 체인이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는 '거래 내역들의 집합'이다. 시스템 내에서 모든 사용자들의 시간 순서로 기록하는 지출증과 영수증을 만들어내고 모든 사용자의 잔고 내역 및 모든 비트코인에 딸린 생성, 지출, 수령 내역에 관련한 코드의 디지털 문자열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거래의 유효성을 확인받기 위해서, 계속해서 연장되는 블록체인 장부에 새로이 붙는 모든 거래들은 이전에 존재하던 장부와 대조해 확인된다. 그 장부는 소유자 및 소유 내역, 지출과 수입 내역에 대한 침범할 수 없는 근거가 된다. 따라서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이중 지불'은 일어날 수 없게 된다. 디지털 지갑에 가진 비트코인에 대한 권리는 장부가 인식하는 잔고에 대한 권리로서 정의된다. (매우 복잡한 개념이긴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하면 긴 체인에 거래에 관한 모든 내역이 빠지지 않고 시간 순으로 기록되어 있어 수정 및 변경이 불가능함을 의미)

<세상에서 가장 비싼 피자, 요즘 시세로 따지면 7천억 짜리다>

 최초의 현실 통화로서 비트코인 사용은 나카모토의 메일 발송 이후 2년 후, 2010년 5월에 일어났다. GPU(그래픽 카드)를 이용해 독보적으로 뛰어난 성능을 갖춘 채굴작업을 진행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라슬로 한예크는 회원이 약 230명인 비트코인 포럼에 "피자 라지 두 판에 1만 비트코인을 내겠다."라고 글을 올렸다. 며칠 뒤 영국의 한 비트코이너 (Jercos라는 대화명)가 파파존스 가게에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고, 얼마 뒤에 피자가 라슬로에게 배달되었다. 그는 자기 디지털 지갑에서 1만 비트코인을 Jercoss에게 송금했다. 그는 이후에도 이런 식으로 4~5번 더 피자를 시켜먹었고 모두 4만 비트코인을 송금했다. 그리고 그가 가진 비트코인을 모두 사용했다. 


 피자 에피소드가 중요한 이유는 현실 세계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커뮤니티가 늘어났고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다. 비트코인의 가치도 상승했다. 1 비트코인 가격이 0.008 달러에서 0.08달러로 10배나 상승했다. 2010년 7월 18일에는 1 비트코인이 최초로 1센트보다 더 값이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콕스'가 설립되었다.


 한편, 나카모토의 바람과는 다르게 채굴작업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개인 컴퓨터가 아니라 전문적인 채굴 장비에 의해 진행되었다. 이 역시 하나의 산업이 되어 또 다른 비즈니스를 낳았다. 고성능 채굴 장비가 개발되었고 한 대에 6천 달러를 웃돌았다. 장비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오로지 수학 퀴즈(해시 계산)만 풀었다. 매 초당 3조 해시를 계산했는데 이는 나카모토가 처음 비트코인을 채굴했을 때와 비교해 300만 배나 빠른 것이었다. 채굴작업은 엄청난 전력 소모와 소음을 유발했다. 대안으로 클라우드 해싱도 고안되었다. 거대한 데이터 농장에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채굴기를 창고에 넣고 이 채굴기들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도록 디자인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을 생성하는데 많은 전력을 소모하고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주의 환경과학자인 가이 레인은 비트코인의 탄소 사용량을 추적하는 비트카본 계산식을 개발해 발표하기도 했다. 비트코인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전력 소비 증가의 문제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집권적이고 정부가 없으며 암호화되어 있다. 그 태동은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사회를 유토피아로 보는 아나키스트적 비전에서 시작되었다. 비트코인 초기에 기술지향적 사고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성장을 주도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사업가들이 비트코인 운전대를 잡았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했던 그들의 욕망은 바로 '돈'이었다. 그들이 운전대를 잡으면서 우리가 아는 비트코인의 세계가 펼쳐졌다. 비트코인은 세계인이 주목하는 가상 화폐, 또는 골드 러시를 꿈꾸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었다. 


 테슬라가 15억 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매수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또한 미국 카드업체인 VISA도 가상화폐(기존 화폐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USD 코인)를 결제 수단으로 시범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최대 지급 결제 업체 페이팔테슬라도 비트코인을 결제에 활용하기로 하면서 가격 상승에 불을 붙였다. 그런가 하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디지털 자산 본부 관계자도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3개월 안에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가상화폐 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4년 전 비트코인 광풍과 다른 점이 이것이다. 당시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유도한 것이 '개인'이라면, 이제는 '기관'이나 '기업'이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2018년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으리란 주장이 설득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바람(희망) 일뿐일지도 모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가상화폐는 매우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유용한 가치저장 수단이 아니다. 어느 것도 가상화폐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라는 발언과 함께 급락을 겪기도 했다. 중앙정부(은행)가 없는 가상화폐의 본질 상 급격한 유동성을 완충해줄 어떤 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가 아닌 '궁금증이 많은 사람'으로서 비트코인 맛보기는 여기서 마무리할까 한다. 글의 내용은 앞서 말한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 책을 주로 참고했다. 만약 비트코인 전문가가 이 글을 보고 오류를 발견하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좋겠다. 


누군가 나에게 "그래서 당신은 비트코인에 투자할 거냐?" 물어본다면 나는 "할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전제가 있다. 내게 7천만 원이 있어야 하고, 그 돈은 향후 10년 안에 사용 계획이 없어야 한다. 그럴 조건을 충족한다면 나도 기꺼이 비트코인 열차에 탑승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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