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가진 사나이

한뼘소설

by 조이홍

1967년 10월, UN총회를 통해 채택되고 90여 개국이 서명한 '달과 기타 천체를 포함한 외기권의 탐색과 이용에 있어서의 국가활동을 규율하는 규칙에 관한 조약'이 발효되었다. 이로써 우주법 분야에서 기본조약이 탄생했다. 우주조약은 전문과 본문 17조로 구성되었으며 우주는 인류 만민의 공동 유산으로 특정 국가의 소유가 될 수 없으며 호혜평등의 원칙하에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1980년, 미국인 데니스 호프는 달과 화성 등 태양계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UN 우주조약이 국가에 대한 소유권을 금지할 뿐 개인의 소유권은 제약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법원에 자신의 달 소유권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인정했다. 그는 법원의 결정에 이견이 있는지 UN에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했다. UN은 아무런 대응(반박)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합법적으로 달의 소유권을 얻었다. 이후 Lunar Embassy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전 세계 약 600만 명에게 달의 토지를 분양했다. 매출액은 1억 달러를 웃돌았다. 모두가 그를 미쳤다고 말했지만 결국 그는 달을 가졌다.


1977년, 이제 막 고3이 된 규현은 여전히 밤하늘 올려보는 걸 좋아했다. 열 살 되던 해, 아폴로 11호가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이래 그의 관심사는 온통 달에 쏠려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규현은 뛰어난 학교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학 진학할 길이 막막했다. 넓디넓은 서울에 손바닥만 한 땅 한 덩어리만 있어도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 상념에 빠져 밤길을 걸었다. 유난히 노랗고 큰 보름달이 그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그 순간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빠르게 뇌리를 스쳐갔다. '저 크고 노란 달은 누구 거지?'


처음 규현은 달은 미국 소유라고 생각했다. 신대륙 발견처럼 가장 먼저 발을 내디딘 국가가 달을 소유하리라 여겼다. 그러다 우연히 우주조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달은 어떤 국가도 소유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국가는 안되지만 개인은 어떨까? '내가 저 달을 가질 수 있을까?' 규현은 사람들도 자신처럼 달을 보고 위로받는다는 걸 알았다. 실제 달을 소유할 수는 없어도 달의 일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사람들은 행복해할 것이라 확신했다. 규현은 달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밤이면 여지없이 볼 수 있는 달이었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정보는 부족했고 닿기 힘들었다. 발품을 팔아가며 달에 관한 정보를 모았다. 수업 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언제나 달 생각뿐이었다. 학교 친구들이 그를 걱정했다. 망상을 쫒을 때가 아니라고 했다. 규현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던 담임 선생님은 길길이 뛰었다. '제정신이냐고!' 결국 규현은 달에 대한 꿈을 포기해야만 했다. 다행히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했고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다.


2018년, 60세가 된 규현은 자식 내외로부터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았다. 달 토지 소유 증서였다. Lunar Embassay라고 큼지막하게 박혀 있었다. 그가 선물 받은 땅은 약 2천4백 평, 축구장 하나 크기였다. 규현은 한참 동안 그 증서를 쳐다보았다. 그날, 밤하늘에 뜬 달이 유난히 붉게 빛났다.




데니스 호프와 Luna Embassay는 실존하는 인물이며 회사다. 규현은 허구의 인물이다. 꿈을 현실로 이루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해 보았다. 꿈을 자본이나 화폐로부터 분리할 수는 없지만, 또 그쪽으로만 몰아가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꿈꾸는 자에게는 잘못이 없다. Lunar Embassay에서는 화성의 토지도 판매하고 있다. 달만큼 매출은 좋지 않은가 보다. 일론 머스크는 머지않아 화성에 인간이 이주할 것이라고 한다. 그때 화성 토지를 매입한 사람은 일론 머스크(스페이스 X)에게 임대료를 받을 수 있을까? 참신한 아이디어는 때론 미친 생각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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