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이'를 위한 책 추천

기후 위기 입문자의 기후 위기 초보자를 위한 안내서

by 조이홍

문명인으로, 이제 이런 표현도 잘 쓰지 않지만, 적당히 환경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길거리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가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휴지통에 집어넣으며, 꼼꼼하게는 못하더라도 쓰레기는 반드시 분리수거해서 버리는 아주 평범한 사람. 이런 내가 '자연보호'나 '기후 위기',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미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물론 그전에도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 '기후 변화' 문제가 제법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더랬다. 하지만 아직 먼 미래의 일, 다른 나라 일로만 여겼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나 얼굴도 모르는 미래 세대를 걱정하기보다 눈앞에 닥친 '현실 문제'가 더 시급했다. 당연하다고 여긴 일들이 결코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 준 건 빌 게이츠가 쓴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내 세계관의 절반쯤 바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오늘의 지구'가 정말 걱정되었다. 내가 무얼 더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다양한 환경 관련 책을 읽고 평범한 사람이었던 내가 서서히 '환경주의자'가 되었다. 물론 아직은 고작 문지방 하나를 넘어선 단계지만, 당분간은 이 길을 그저 담담하게 걸어가려고 한다.


가끔 브런치에 글 쓸 때 인용하기도 했지만, 환경이나 기후 위기에 이제 막 관심이 생긴 '기린이'(기후 위기와 어린이를 합친 말로 기후 위기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 지금 만듦)를 위해 몇 권의 책을 소개해볼까 한다. 나 역시 기후 위기에는 관심 있었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몰라 고민하던 순간이 있었다.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이 글이 한 사람의 '기린이'라도 '환경주의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뭐라도 해야지!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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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분야의 고전이라 부를 만한 <침묵의 봄>은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 중 한 권이다. 무분별한 살충제의 사용으로 해충뿐만 아니라 인간까지 파괴될 수 있다는 경고로 당시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을 계기로 본격적인 환경운동이 촉발되었으며, 미국 의회는 국가 환경정책 법안을 통과시키고, 암연구소는 DDT의 암 유발 증거를 제시함으로써 각 주에서 DDT 사용 금지를 이끌어냈다. 지구의 날(4월 22일) 제정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일이 1970년대 이전에 미국에서 일어났다. 한 열정적인 과학자의 노력 덕분에. 우리가 국민학교에 다니던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머릿니나 서캐를 잡으려고 DDT를 자주 사용했다는 걸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하다. 환경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시 우리나라의 살충제나 DDT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아마 미래의 역사학자들은 우리의 왜곡된 균형감각에 놀랄 것이다.
지성을 갖춘 인간이 원치 않는 몇 종류의 곤충을 없애기 위해
자연환경 전부를 오염시키고 그 자신까지 질병과 죽음으로 몰아가는 길을
선택한 이유를 궁금해할 것이다.


카슨이 화학 살충제의 전면적인 금지를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독성이 강하고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킬 잠재성을 가진 살충제를 그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 손에 쥐어주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게다가 당시에는 이런 화학 물질이 토양, 물, 야생동물과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더랬다. 지구와 미래 세대를 걱정하는 한 양심 있는 과학자의 노력이 없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침묵의 봄>으로 무분별한 살충제와 DDT 사용은 금지되었지만, 그녀의 마지막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천국에서 그녀도 여전히 앓고 있는 지구도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길'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 그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제임스 러브록 <가이아,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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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를 처음 만난 건 유시민 작가의 책을 통해서였다. 어떤 책이었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유시민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소개했던 예닐곱 권의 책을 구매할 때 함께 딸려왔던 걸로 기억한다. 오랫동안 책장에 두어 세월의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걸 최근에 겨우 꺼내 읽었다. 이 책 또한 과학분야의 고전으로 꼽히며 <침묵의 봄>과 함께 'OO대 신입생이 많이 읽는 책'에 이름을 올리곤 했다. 참고로 '가이아'라는 명칭은 그의 친구인 소설가 윌리엄 골딩이, '파리 대왕'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붙여주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바로 그 가이아다.


<가이아>는 지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이 최적의 생존 조건을 유지하도록 항상 자가 조정하며 스스로 변화한다는 이론이다. 금성이나 화성과 같은 조건에서 출발한 지구에서 유독 생물이 출현한 점, 생명체가 지구에 등장하고 약 35억 년 동안 일정한 기후가 유지되었다는 점, 우주를 구성하는 수많은 원소들 중에서 지구의 대기만이 생명체가 살 수 있게 최적화된 점, 바다의 염도가 꾸준히 유지된 점, 지구의 생물들이 몇 차례의 대멸절을 겪으면서도 완전히 절멸되지 않은 점 등을 예로 들어 지구가 살아 있는 생명체임을 설명했다. 가이아 이론이 처음 제안된 197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과학자들이 이에 반발했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후 위기', 특기 '지구 법학' 개념을 언급할 때 중요한 지침을 제공해 준다. <가이아>는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도 염두해 쓴 책이기 때문에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문과 출신인 나에게는 더욱 그랬다. (엔트로피 개념은 정말 어렵다) 하지만 세세한 내용까지 이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로서 지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중요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읽고 있다. (아직 완독 하지 못했다!)


우리가 가이아의 존재 안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는 아무런 규범도 법률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에는 반드시 그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백민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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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 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인 김백민 교수의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기린이'를 위한 기후변화 입문서로 안성맞춤인 책이다. 과학적 논쟁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한 역사와 기후학 관련 개념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비록 기후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고 최근 과학자들의 조사에 따르면 '인류 활동의 결과'라고 명백히 밝혔지만, 그럼에도 결국 인류가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한 답을 찾아낼 것이라고 희망찬 전망을 제시한다.


저자가 직접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독자와 함께 찾고자 한다. 첫째, 인류가 영향을 미치기 전 지구의 기후는 어땠을까? 둘째,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 온도를 얼마나 상승시키고 있는지 정말로 잘 이해하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97%의 과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급격히 지구가 뜨거워진 데 인류의 책임이 크다는 것에 동의했는데, 왜 3%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고 있을까? 이 질문들에 답을 찾기 위해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꼼꼼히 파헤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와 기후 위기에 관한 오해와 진실, 다양한 용어와 개념, 학문으로써 기후학의 역사와 마주치게 된다. 지구공학이라는 낯선 분야도 접하게 된다. 물론 조금도 어렵지 않다는 게 이 책의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중학교에 다니는 첫째 아이가 읽어도 좋을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답은 결국 '에너지 혁명'이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핵심 원인인 '화석 연료'를 계속 사용하는 한 기후 위기는 결말을 알고 읽는 탐정 소설과도 같다. 에너지 혁명의 핵심은 초연결 에너지 네트워크에 있다. 탄소 배출량을 얼마 얼마로 줄이자는 막연한 숫자가 아니라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과 정책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필요함을 역설한다. 아울러 개인은 육식을 줄이고 현명한 소비를 통해 기업을 자극하도록 독려한다. 이제 막 기후 위기에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적극 추천한다.


빌 게이츠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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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은 정말 빌 게이츠다운 책이다. 탄소 배출량을 510억 톤이라고 수치화해서 독자들을 모두 하나의 숫자에 집결시켰다. 이는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하고 진짜 문제에 집중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 왜 일 년에 510억 톤이나 되는 탄소가 배출되는지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고, 그 원인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다시 조목조목 설명했다. 물론 현재 기술로는 마땅한 해법이 없는 게 더 많지만, 일단 그의 방법론에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기술 신봉자에 사업가 마인드가 철철 넘쳐나는 책이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을 이토록 현실적으로 제안한 책은 처음이지 싶다.


그의 접근 방식은 목차에서부터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경영자가 좋아하는 전형적인 접근법!

전기 생산 :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27퍼센트

제조 :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31퍼센트

사육과 재배 : 연간 배출량 510억 톤의 19퍼센트

교통과 운송 : 연간 배출량의 510억 톤의 16퍼센트

냉방과 난방 : 연간 배출량의 510억 톤의 7퍼센트


빌 게이츠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역시 '전기 생산', 즉 에너지 분야이다. 에너지 분야는 탄소 배출량에서 두 번째로 비중이 높지만, 다른 모든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전기이기 때문이다. 전기 생산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탄소 배출량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빌 게이츠는 작금의 어느 누구보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기도 하지만 사업적인 마인드에서도 그렇다. 그래서인지 책 제목에도 '기후재앙'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다. 그의 목표는 빠른 시일 내에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제로는 'Net Zero'를 뜻한다. 탄소 배출을 전혀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배출한 만큼 감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엄청난 탄소 배출을 통해 부를 획득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을 위해 돈과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탄소 배출, 즉 지구온난화에 거의 기여하지 않은 일부 국가들이 선진국이 주도하는 '탄소 중립 정책'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 단계에서 기후 위기의 해결 방안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참고하면 좋겠다.

우리는 변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변화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아직 갖추어야 할 기술도 많지만, 우리는 혁신을 통해 기후 변화가 초래할 재앙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기후 변화와 대응 기술을 공부하면서 느낀 점이다.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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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는 여성 과학자의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진단하고 일상에서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실천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굳이 여성이라는 성별을 붙인 이유는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지구의 불평등 문제를 조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기 쉽고 재미있다. 한동안 환경 분야에서 베스트셀러였으나 나는 한참 후에나 읽었다. 호프 자런은 IPCC 활동이나 국제 사회의 기후 위기 공동 대응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 입장을 가졌다. 파리 협약 이후에도 여전히 온실가스 그래프가 우상향 하는 현실을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IPCC 6차 보고서(1차 실무 보고서)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9년 연평균 410ppm에 도달했다고 밝혔으니 마냥 신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참고로 410ppm은 지난 2백만 년 동안 한 번도 도달한 적 없는 매우 위협적인 수치다.


오늘날 우리가 확인하는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다는
헨리 조지의 말은 맞았다.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더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호프 자런은 '에너지 전환'에 대한 근본 인식을 바꾸고, 너무 풍요로워진 일부 사람들이 (주로 OECD 회원국)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눔'으로써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자고 강조했다. 이때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두려워서, 혹은 패배감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나 하나 바뀐다고 지구가 달라지겠어?' 이런 마음을 가지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생활한다면 결국 지구는 더욱 피폐해질 게 분명하다고 충고한다. 아울러 가능한 현재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많은 사람과 공유하며, 궁극적으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만약 당신이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하길 원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행동을 취하길 원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의미를 가질 동안에 빨리 시작해야 한다.”


강금실 <지구를 위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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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한 변론>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쓴 책이라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해서 선뜻 읽게 되었다. 뜬금없이 법조인이 왜 환경 관련 책을 썼을지 궁금했다. 물론 질문은 서문을 읽자마자 금방 해결되었다. 정치인에서 법조인으로 돌아온 강금실 전 장관은 10년 넘게 생태학을 공부했고 이에 기초한 지구 법학 모임을 주도해 왔다. 이 책은 산업 문명의 역사를 돌아보며 인류가 마주한 전 지구적 현안을 두루 살펴보고, 자연과 공존하는 미래지향적 가치관과 근본 철학을 정리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특히 지구 공동체에 공존의 질서를 제공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써 자연에게 법적 주체의 권리를 부여하는 지구 법학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인다.


<지구를 위한 변론>은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와 궤를 같이 한다. 살아 숨 쉬는 생물뿐만 아니라 강, 바다, 바위가 모두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가이아적 관점에서 현재 당면한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역사를 인간의 활동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역사의 많은 사건은 실제로는 사람과 자연의 생명적 상호작용이었음을 강조한다. 산업 문명이 인간만을 지구의 주인으로 인정하고 자연을 사물과 자원으로 취급함으로써 초래한 위기를 바로 잡고, 더 크고 새로운 가치관을 구상하는 방법론이 바로 지구 법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존재는 권리가 있다"는 개념이 성립한다. 이것이 지구 법학의 핵심이다. 지구 법학에 따르면 지구 상의 모든 존재는 존재할 권리, 서식할 권리, 지구의 진화에 참가할 권리를 가진다. 자연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법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한다면 지금처럼, 마치 지구가 두 개 있는 것처럼, 지구를 마구 파헤쳐 인간의 이로움을 충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한다.


2008년 에콰도르는 헌법에 자연의 권리를 명시했고, 2012년 볼리비아는 '어머니 지구의 권리법'을 채택했다. 2017년에는 뉴질랜드 의회가 왕거누이 강에 생태계로서 법인격을 부여하는 법을 제정해 세계 최초로 구체적 자연물에 권리를 부여했는가 하면, 2018년 콜롬비아 대법원이 콜롬비아 아마존을 '권리 대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미국 오하이오 톨레도 주민들이 호수에 자연적으로 존재하고 번영하며 진화할 법적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권리장전을 채택했다. 이는 특정 생태계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미국 최초의 법이었다. 이처럼 바이오크러시(Biocracy, 생명주의), 즉 비인격 존재의 의사 결정권을 포함한 새로운 정치 과정을 모색하는 시도가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연의 권리'를 어떻게 법 체계에 반영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구를 위한 변론>은 자연을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법적 주체'로 파악해야 한다는 관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기후 위기 관련 책과 차별점을 가진다. 그럼에도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아 읽기에 무척 편한 책이다.


최원형 <착한 소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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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비는 없다>는 참 불친절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온통 불편해진다. 하긴 인간이 불편해야 지구가 조금이라도 편해지니까 소비자로서 인간에게는 불친절해도 지구에게는 무척이나 친절한 책인 셈이다. 인간이 멈춰 자연이 돌아왔다는 '코로나의 역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그렇다고 자연이 많이 돌아온 것도 아닌데….


'착한 소비'는 없지만 '똑똑한 소비'는 있다! 이 책이 표방하는 가치다. <착한 소비는 없다>는 우리가 흔히 소비하는 상품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 옷, 팜유, 스마트폰, 손난로, 빈병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파헤친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필요한 물의 양을 상상해 보았는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담수의 약 30%가 섬유산업, 즉 옷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굳이 아프리카 어딘가에서는 아이들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온종일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우물까지 물을 길으러 간다는 사실을 예를 들지 않아도 말이다. 스마트폰은 또 어떤가? 거기에 담긴 불공정한 일들은 차지하고서라도 백만 원을 훨씬 웃도는 고가의 전자제품을 1년도 사용하지 않고 교체하는 소비 패턴이 정말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탱크주의'는 어디 갔고,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슬로건은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살짝 바뀐 디자인과 조금 나아진 카메라 기능에 우리는 너무 쉽게 지갑을 연다. 아내는 같은 휴대폰을 5년 동안, 나는 3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이전 휴대폰은 고장 나도 더 이상 교체할 부품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새 휴대폰으로 교체했다. 각각 4년과 6년 동안 사용했다. 저자의 온라인 쇼핑에 대한 견해에도 공감했지만, 배송에 관한 부분은 평소 내 생각과 너무 닮아 무척이나 놀랐다.


불현듯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간절한 필요인지 만들어진 필요인지
살펴봐야 할 것 같아요. 이미 소비는 한계를 넘어섰으니까요.
한 가지 더, 왜 꼭 물건이 총알이나 로켓의 속도로 와야 할까요?
새벽 배송 때문에 누군가는 밤잠을 못 자고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포장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밤길을 달려 우리 집 닫힌 현관문 앞을 다녀갑니다.
산타는 일 년에 한 번으로 족하지 않을까요?


<착한 소비는 없다>는 그러므로 소비하지 말자거나 소비를 죄악시하는 책은 결코 아니다. 기후 위기를 비롯한 여러 환경, 사회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지만, 차근차근 풀어 보면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조언한다. 그 실마리는 바로 무분별한 소비를 멈추는 것이다. 과도하게 탄소를 배출하는 우리의 소비 방식을 바꾸면 눈앞에 닥친 문제들을 많은 부분 없애거나 줄일 수 있다. 이 책이야말로 위기에 처한 지구를 위해 개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훌륭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준다. 이러한 지침은 현실적이며 또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불편함이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착한 소비는 없다>를 아내 독서 모임에 적극 추천했다. 중학교 아이들 정도만 되어도 이 책으로 독서 토론을 해도 좋겠다 싶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화려한 상품(소비) 세계의 이면에 눈 뜰 수 있게 해 줄 지침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만하다.


비비아나 마차 <열여섯 그레타 기후위기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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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 스웨덴 환경 운동가. 2003년 생.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툰베리는 어느 날 갑자기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느껴 등교 거부를 하고 일인 시위를 벌인 게 아니었다. 열한 살 때부터 학교에서, 뉴스에서 기후위기를 접한 툰베리는 그녀가 어른이 되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리라는 걸 깨달았다. 어른들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녀는 결국 피캣을 만들어 스웨덴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미래로 가는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수백만의 청소년이 그녀와 함께 했다.


<열여섯 그레타 기후위기에 맞서다>는 그레타 툰베리를 다룬 여러 책 중에 한 권이다. 이제 그녀는 너무나 잘 알려져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아는 유명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막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소개한다. 책은 그녀를 영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는 어른을 비판하며,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행동에 나선 수많은 청소년 중 하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환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들도 제공해 아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툰베리가 직접 작성한 각종 연설문(UN 기후협약 회의, 다보스 포럼 등)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그 글을 읽으면 청소년들이 얼마나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이내 함께 변화를 만들고 지구를 위한 행동에 동참하기로 다시 한번 굳게 마음먹는다.

어른들은 계속 말합니다. "우리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이 주는 희망을 원치 않습니다.
여러분의 낙관주의를 바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공황 속에 빠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위기 상황에서처럼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집에 불이 난 것처럼 민첩하게 행동하기를 바랍니다.
정말 불이 났으니까요. (2019년 다보스 포럼 연설 중)




여기에 소개한 책 중 아무거나 한 권만 읽어도 '기후 위기'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쌓을 수 있다. 물론 한 권 읽기 시작하면 거기에 인용한 책, 영감을 준 책 등등 연거푸 다른 책을 읽게 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미 지식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지혜다. 우리가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이제껏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을 현명하게 풀어나갈 지혜 말이다. 사실 우리가 아는 지구라고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이 지구가 전부이니, 스파이더맨과 닥터 스트레인지가 멀티 버스로 통하는 포털을 열지 않는다면, 사랑하고 아끼고 해결책을 찾아야만 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모두를 위해.


(이미지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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